126년 전 피아노 한 대의 기적…대구 달성 사문진에 울려 퍼진 100대 선율, 2만명 홀렸다

126년 전 피아노 한 대의 기적…대구 달성 사문진에 울려 퍼진 100대 선율, 2만명 홀렸다

‘2026 달성 100대 피아노’ 성황리 폐막…한국 최초 피아노 도래지서 펼쳐진 가을밤의 감동
피아니스트 100명 대합주에 웅산·조윤성·멜로망스까지…사문진 전체가 거대한 음악무대로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126년 전,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에 낯선 악기 하나가 들어왔다.

1900년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는 피아노였다. 그렇게 시작된 피아노 한 대의 이야기가 126년의 세월을 건너 100대의 웅장한 선율로 되살아났다.

3일 2026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달성군]

지난 3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

가을밤을 가득 채운 피아노 선율에 2만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낙동강변을 따라 퍼져 나간 음악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사문진이 품어온 역사와 오늘의 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달성문화재단은 대구시와 야마하뮤직코리아, 대구음악협회 등의 후원으로 열린 '2026 달성 100대 피아노'가 관객들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공연장을 사문진 일대 전체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낮에는 사문진 주막촌 잔디광장에서 연계 프로그램 '온 달성_멜로디 on'이 펼쳐졌다.

관객들은 낙동강의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음악을 즐기고, 푸드트럭과 먹거리 부스, 체험 프로그램, 플리마켓 등을 찾으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최재훈 달성군수가 100대 피아노 공연현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달성군]

해가 저물면서 축제는 절정으로 향했다.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 무대에 100대의 피아노가 자리 잡고, 피아니스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선율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올해 공연은 예술감독 김정원을 중심으로 피아니스트 김홍기·박연민·정한빈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96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꾸몄다.

여기에 김광현이 지휘하는 달성 피아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가세하면서 공연의 규모와 깊이를 더했다.

특히 100대 피아노가 동시에 만들어내는 대합주는 축제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서로 다른 연주자의 손끝에서 출발한 소리가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면서 사문진의 가을밤을 채웠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4 pianos 16 hands' 앙상블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네 대의 피아노를 여덟 명의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는 무대로, 피아노가 가진 표현의 폭과 앙상블의 매력을 보여줬다.

공연의 무대는 클래식에 머물지 않았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무대에 올라 재즈 특유의 자유로운 음악적 감성을 전했다.

인기 가수 멜로망스의 공연까지 이어지면서 클래식과 재즈,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전문 클래식 공연이 자칫 일부 애호가만의 무대로 머물 수 있다는 한계를 넘어 가족과 연인,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 같은 기획은 달성 100대 피아노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매력자산 발굴 사업인 '로컬 100'에 선정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사문진이라는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100대 피아노라는 차별화된 공연 콘텐츠를 결합해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 브랜드를 구축해 온 것이다.

달성100대 피아노 공연을 2만여명의 관객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달성군]

달성문화재단이 밝힌 올해 관객은 2만명이다.

단 하루의 공연에 많은 관객이 모였다는 점에서 축제의 대중적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재훈 달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사문진 가을밤을 수놓은 100대 피아노의 선율이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달성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문진은 한때 낙동강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나루터였다.

126년 전 그곳에 들어온 피아노 한 대는 이제 달성군을 상징하는 문화예술축제의 출발점이 됐다.

올해는 그 이야기에 100명의 피아니스트와 2만명의 관객이 새로운 장면을 보탰다.

오래된 나루터가 사람을 실어 나르던 공간에서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음악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사문진에 처음 닿았던 피아노 한 대의 이야기는 그렇게 100대의 선율이 돼 또 한 번의 가을을 물들였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