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 현장 찾아 지방으로…로봇기업, R&D·생산 거점 재편

실증 현장 찾아 지방으로…로봇기업, R&D·생산 거점 재편

뉴로메카 포항 신공장 추진·레인보우로보틱스 세종 본사 가동
제조 고객·대학·연구기관 밀집 지역이 로봇산업 새 거점으로
수도권 기능 유지하고 지방에서 생산·실증하는 다거점 전략도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국내 주요 로봇기업들이 수도권 밖에 본사와 연구개발(R&D)·생산 거점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지·세제 지원뿐 아니라 제조 고객사와 대학·연구기관, 넓은 실증 공간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거점 재편을 이끌고 있다. 본사와 생산시설을 함께 이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도권의 영업·소프트웨어 기능은 유지하고 지방에 생산·실증 거점을 두는 다거점 전략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뉴로메카 포항지사 협동로봇 제조라인에서 조립을 마친 일부 협동로봇들이 48시간 동안 성능을 검증하는 '에이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4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로봇 자동화 전문기업 뉴로메카는 경북 포항 영일만3일반산업단지에 본사 사옥과 신공장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착공해 오는 2028년 6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 성수동에 본사를 둬온 뉴로메카는 포항에서 운영 중인 생산·연구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공장이 완공되면 협동로봇과 산업용 로봇의 생산을 비롯해 피지컬 AI 기반 로봇 자동화 기술의 연구와 실증을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포항 거점의 강점은 주변 산업 생태계다. 인근에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 등 대형 제조시설이 밀집해 있어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성능을 검증하기에 유리하다.

포스텍과 한동대학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산학연 기반도 갖춰져 있다. 뉴로메카는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포항 거점을 다양한 로봇의 설계와 생산, 실증을 지원하는 피지컬 AI 로봇 파운드리의 전초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본사까지 옮긴 레인보우…세종은 로봇기업 집적 추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6월 세종시 집현동 세종테크밸리에 신사옥과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본사를 이전했다. 연구개발과 경영, 생산 기능을 한곳에 모아 협동로봇과 이동형 양팔로봇, 휴머노이드 등 제품군의 개발·양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세종시는 세종테크밸리를 중심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같은 앵커기업을 유치하고 부품·소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을 모아 50개사 규모의 AI 로보틱스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세종시 신사옥 및 로봇 생산공장 조감도.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R&D와 세제, 기반시설 등 지원책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개별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완제품 기업과 부품·소프트웨어 업체가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가 로봇기업 유치에 나서는 배경에는 지역 제조업의 체질을 AI·로봇 중심으로 전환하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연구·엔지니어링 일자리를 늘리려는 목적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넓은 부지와 생산시설뿐 아니라 실제 제조 현장에 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증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의 거점 결정이 지자체 지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인력 확보 가능성과 주요 고객사 접근성, 물류비, 협력업체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기능은 유지하고 생산·실증은 지방으로

모든 로봇기업이 본사를 지방으로 완전히 옮기는 것도 아니다. 투자사와 고객사,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인력이 모인 수도권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넓은 공간이 필요한 생산과 시운전, 실증 기능만 지역 거점에 배치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4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클로봇, 씨즐 등과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조선·에너지와 농수산업 등 지역 주력산업 현장을 로봇 기술의 실증 무대로 활용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업의 본사 이전이나 생산시설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가 산업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고 기업은 실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는 새로운 협력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월 29일 전라남도와 주요 로봇기업 관계자들이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클로봇]

티엑스알로보틱스도 다거점 체제를 활용하는 사례다. 이 회사는 경기도 부천에 본사와 생산거점을, 서울 마곡에 로봇 AI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부산 강서구 생곡동에는 약 1500평 규모의 로봇융합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연구소에서는 대형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로봇(AMR)의 조립·시험, 플랜트·건설용 특수로봇의 성능 검증 등을 수행한다. 소프트웨어와 영업 기능은 수도권에 유지하면서 넓은 부지와 제조·물류 기반이 필요한 실증 업무는 부산에서 맡는 구조다.

앞으로 지역별 로봇 테스트베드와 제조 AX 지원사업이 구체화할수록 로봇기업들의 거점 재편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자체 간 경쟁 역시 단순한 부지·세제 혜택을 넘어 실증 현장과 전문인력, 수요기업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연구실에서 성능을 구현하는 것만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생산시설과 고객사, 연구기관이 연결된 지역을 새로운 사업 거점으로 검토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