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 분업이 한국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뷰익 차량은 해외로 보내면서 정작 한국 소비자에게 처음 선보이는 뷰익은 중국에서 들여온다.
한국 사업장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량생산과 수출을 맡고 중국 사업장은 전동화 차량의 개발·생산기지 역할을 확대하면서다. 한국에서 만든 뷰익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에서 개발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GM의 국내 제품군을 보완하는 지역별 역할 분담이 선명해지고 있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 한국사업장은 최근 뷰익 브랜드의 국내 진출을 선언하고 첫 모델인 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SUV '엘렉트라 E7'을 공개했다. 오는 11월 판매를 시작하는 E7은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한다.
GM 한국사업장은 이미 뷰익 엔비스타와 앙코르 GX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두 차종은 국내 공식 판매망에 올리지 않고 북미를 비롯한 해외로 수출한다. 한국에서 만든 뷰익은 국내에서 팔지 않으면서 중국산 뷰익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구조다.
생산지가 엇갈린 배경은 GM의 제품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엔비스타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파생 모델이고, 앙코르 GX는 트레일블레이저의 형제 차종이다. 디자인과 브랜드 포지셔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차량 기반과 차급은 각각 국내에서 판매 중인 쉐보레 모델과 맞닿아 있다.
한국산 뷰익을 국내 판매망에 추가하면 새로운 시장을 넓히기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레일블레이저와 고객층이 겹칠 수 있다. 별도 인증과 마케팅 비용을 들여 GM 내부 모델끼리 경쟁시키는 것보다 해외 수요에 대응하는 편이 생산 효율을 높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 98%는 해외로…한국 공장의 선택
GM 한국사업장의 실적은 한국 공장이 사실상 수출기지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판매한 4만1101대 가운데 수출은 4만374대로 98.2%를 차지했다. 내수 판매는 727대에 그쳤다.
수출 물량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계열 2만7439대와 트레일블레이저 계열 1만2935대로 구성됐다. 두 수치에는 각각 엔비스타와 앙코르 GX 등 파생 모델이 포함돼 있다. GM은 차종별 실적을 계열 단위로 집계하기 때문에 뷰익 모델만의 수출량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 1~9월에도 전체 판매 38만1785대 가운데 수출이 37만4290대로 98%를 차지했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지만 내수는 7495대로 36.4% 감소했다. GM 한국사업장의 생산과 판매를 떠받치는 축이 국내 수요보다 해외 주문이라는 의미다.

GM도 한국사업장을 '글로벌 소형 SUV 핵심 생산 거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GM은 지난 3월 기존 계획을 포함해 한국사업장에 총 6억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생산 소형 SUV의 상품성과 공장 성능을 높이고 신규 프레스 설비와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용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국내 승용차 수출 1위를 기록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파생 모델을 포함해 지난 3월 합산 누적 생산량 200만 대를 넘어섰다. 연간 약 5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공장을 기존 소형 SUV 수출에 집중할 유인이 큰 이유다.
中서 키운 PHEV, 내수 빈자리 채운다
국내에 투입하는 엘렉트라 E7은 한국산 뷰익과 차급부터 다르다. 엔비스타와 앙코르 GX가 소형 내연기관 SUV인 데 비해 E7은 국내 수요가 큰 중형 SUV이자 PHEV다. 기존 쉐보레 제품군과의 중복을 줄이면서 GM의 국내 라인업에 없던 중형 PHEV를 추가할 수 있는 모델이다.

E7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GM의 합작사인 SAIC-GM이 생산한다. 차량 개발도 현지 연구개발 조직인 범아시아자동차기술센터(PATAC)가 주도했다. 중국에서 개발한 샤오야오 플랫폼과 현지 전동화·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했다. 미국에서 설계한 차량을 중국에서 조립한 수준을 넘어 개발부터 생산까지 중국 사업장이 맡은 모델이다.
중국 내 시장 검증도 거쳤다. E7은 지난 4월 현지 출시 당시 사전 주문이 3만 대를 넘었고 출시 첫 달 1만 대 이상 팔렸다. 이미 중국에서 양산 중인 차량을 들여오는 만큼 한국에 별도 생산라인을 마련하지 않고 제품군을 빠르게 확대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GM과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8월 합작관계를 20년 연장했다. SAIC-GM은 203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최소 30종 출시하고 중국에서 개발한 뷰익·캐딜락 차량을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E7의 한국 도입도 중국을 전동화 모델 개발·수출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GM은 한국 공장을 전환해 E7을 생산하는 대신 중국에서 개발·양산한 전동화 모델을 들여와 국내 제품군을 보강하는 길을 택했다. 한국에서 생산한 뷰익은 글로벌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에서 만든 뷰익은 국내 라인업에서 비어 있던 중형 PHEV 자리를 맡는 구도다.
결국 차량의 생산국보다 각 사업장이 어떤 차종을 가장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지가 GM의 제품 배치를 좌우하고 있다. E7의 국내 판매 실적은 이 같은 글로벌 분업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은 "뷰익의 국내 출시는 한국 시장에 대한 GM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4개 브랜드를 통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를 이어갈 것이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