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효경 기자] 로봇이 미국 내 육체 업무의 74%를 수행할 수 있지만, 사람보다 경제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0.3%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고도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으로 물리적 노동의 자동화 기대감은 커졌지만, 실제 현장 도입의 최대 변수는 기술력보다 비용이라는 진단이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30일 공개한 '로봇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보고서에서 미국 약 900개 직업, 1만9000개 업무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직업별 업무가 차지하는 시간과 고용 규모를 반영해 현재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전체 업무시간 가운데 육체 업무는 46%였고, 이 가운데 74%는 로봇이 일정한 조건 아래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업무시간으로 환산하면 34% 수준이다.
다만 이는 로봇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의 기술적 가능성을 뜻한다. 연구진은 로봇이 공장 조립라인처럼 로봇 운용을 위해 설계된 환경에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 물류창고처럼 일정 수준으로 정돈된 현장에서 가능한 경우, 도로와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능한 경우를 구분했다.
'할 수 있는 일'과 '대신할 수 있는 일'의 격차
현재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육체 업무가 많더라도 실제 인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로봇이 사람보다 경쟁력 있는 업무는 전체 업무의 0.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로봇 가격이 과거 추세처럼 연평균 약 3%씩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로봇이 사람보다 저렴한 업무 비중이 10%에 도달하는 데 약 4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 가격이 20% 더 하락하더라도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물리적 업무는 전체 노동시간의 0.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예컨대 포장·포장재 처리 업무는 로봇이 수행 가능한 업무 비중이 97%에 달해 비용 경쟁력이 있는 직업군으로 꼽혔다. 반면 카메라와 AI를 탑재한 로봇이 용접을 할 수 있어도, 대형 부품을 옮기고 사다리를 타며 품질을 점검하는 등 주변 업무까지 자동화하려면 사람보다 약 5배 높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 외에도 사람 손처럼 물체를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 현장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 규제와 이용자 선호 등이 자동화의 걸림돌로 꼽혔다.
먼저 바뀌는 곳은 운송·물류 현장
직업별로는 자율주행 기술의 영향을 받는 택시기사·운전직과 물류창고 포장·운반 업무의 로봇 노출도가 높았다. 반면 환자와 직접 상호작용해야 하거나 섬세한 손기술이 필요한 간호, 수리·정비 업무는 현재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았다.
보고서는 로봇과 거대언어모델(LLM)이 각각 잘하는 업무가 달라 두 기술을 합하면 전체 업무시간의 약 80%가 어느 한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업무 노출도가 높다는 것이 곧바로 일자리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앤트로픽 관계자는 "현재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경제적으로 대체 가능한 일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며 “물리적 자동화는 로봇이 이미 발을 들인 운송·물류 등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효경 기자(hyomirro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