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잠갔던 대구 주택공급, 3년8개월 만에 푼다…내년 입주 2846호 ‘절벽’

미분양에 잠갔던 대구 주택공급, 3년8개월 만에 푼다…내년 입주 2846호 ‘절벽’

추경호 시장 ‘주택시장 정상화’ 발표…1만3987호 미분양 4162호로 감소하자 10월 1일부터 신규사업 승인 정상화
통합심의 최대 1년 단축·정비사업 일조기준 완화…13만8254세대 노후계획도시도 2040년까지 순차 정비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미분양 때문에 주택 공급의 수도꼭지를 잠갔던 대구시가 3년8개월 만에 다시 밸브를 연다.

한때 1만4000호에 육박했던 미분양이 4000호대로 떨어진 반면 내년 입주물량은 2846호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책의 무게중심을 ‘과잉공급 억제’에서 ‘공급 부족 대비’로 옮기는 것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사진=대구시]

추경호 대구시장은 1일 대구시건축사회관에서 ‘제6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대구 주택시장 정상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 정상화다.

대구시는 2023년 1월부터 시행해 온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보류를 이날부터 해제했다.

외지 대형 건설사 중심의 공급 확대와 저금리 환경 속에서 주택 공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문제가 커지자 꺼내 들었던 공급조절 카드를 3년8개월 만에 거둬들이는 셈이다.

정책 전환의 배경에는 달라진 숫자가 있다.

대구지역 미분양 주택은 2023년 2월 1만3987호에서 올해 8월 말 4162호로 감소했다.

2023년 2월과 비교하면 약 70% 줄어든 규모다.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량도 월평균 2593호로 대구시는 2021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정반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입주물량은 2023년 3만3103호에서 올해 1만752호로 줄었고, 내년에는 2846호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구시가 적정 공급량으로 제시한 연간 약 1만2500호와 비교하면 22.8% 수준이다.

3년 전에는 너무 많이 지은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너무 적게 공급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대구시의 판단이다.

지난 8월 27일 한국은행과 학계, 건설업계, 대구정책연구원 등이 참여한 주택정책 자문회의에서도 공급 부족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승인보류 해제가 곧바로 ‘묻지마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남아 있는 미분양 주택의 80.1%가 상업지역 주거복합 물량인 만큼 대구시는 신규 사업의 입지와 규모, 기반시설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양질의 주택 위주로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승인을 받아놓고 장기간 착공하지 않는 사업은 필요할 경우 승인 취소도 검토한다.

사업 속도를 높이는 규제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10월부터 건축·경관·교통 등 개별 위원회를 차례로 거치던 심의를 통합한다.

일반건축물은 3개 분야, 주택건설사업은 기존 5개에서 소방·재해·교육을 추가한 8개 분야, 정비사업은 9개 분야까지 통합심의를 확대한다.

대구시는 통상 1년6개월 이상 걸리던 심의 기간을 최대 1년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일조 심의기준도 손본다.

현재 정비사업은 100%, 민영사업은 80%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오는 11월까지 민영사업과 같은 80%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주민 주도 정비사업도 확대한다.

지자체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주민이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거생활권계획을 도입하고 재건축진단 비용과 사업성 검토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대구의 오래된 대규모 택지지구를 다시 짜는 작업도 시작된다.

대상은 지산·범물, 성서, 칠곡 등 동구·북구·수성구·달서구 일원 7개 권역 18개 택지지구, 189개 단지 13만8254세대다.

면적만 1582만㎡에 이른다.

대구시는 오는 12월까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 1월부터 권역별 정비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건축이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선도지구부터 2~3개 단지를 묶은 통합 재건축을 우선 추진하고 2040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비한다.

‘제6차 비상경제대책회의’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지역 건설업계 참여를 높이는 카드도 꺼냈다.

지역업체가 정비사업에 참여할 경우 43%포인트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노후계획도시 사업에서도 참여 비율에 따라 공공기여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지역업체 참여 사업에는 통합심의를 적용하고 지역 하도급 참여 비율 70% 이상도 권장한다.

지방정부 권한 밖의 금융·세제 문제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한다.

대구시는 지방의 스트레스 DSR 3단계 추가 유예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양도세·종부세 과세특례 연장, LH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가격을 감정가의 90%에서 100%로 높이는 방안 등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시장은 “미분양 등으로 그간 대구 주택시장의 공급을 조절해 왔으나 공급 부족 우려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민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지역 건설경기에도 활력이 돋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 주택정책은 이제 ‘미분양과의 싸움’에서 ‘공급절벽과의 싸움’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