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심의위 가는 비율 38%→49%…경북교육청, ‘처리’ 넘어 관계회복 나선다

학교폭력 심의위 가는 비율 38%→49%…경북교육청, ‘처리’ 넘어 관계회복 나선다

초1~3 경미한 사안 ‘48시간 관계회복 숙려’ 시범 도입…학교마다 교원 3~5명 지원팀 구성
조사·법적 절차는 그대로 진행…중대 폭력은 엄정 대응, 프로그램 이후 최소 1개월 사후관리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학생끼리 작은 다툼이 생겼을 때 학교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학교폭력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는 것만으로 갈등까지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

경북교육청이 학교폭력에 대한 엄정 대응과 별개로 학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갈등의 원인을 이해해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새로운 접근을 시작한다.

경북교육청 전경 [사진=경북교육청]

특히 초등학교 1~3학년 사이에서 발생한 경미한 사안에는 ‘48시간 관계회복 숙려기간’을 시범 도입한다.

경북교육청은 학생 간 갈등을 대화와 이해, 관계회복의 과정으로 풀어가는 ‘관계개선 프로그램 함께+’를 본격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학교폭력 사안을 둘러싼 현장의 변화가 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학교폭력 신고 접수 가운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비율은 2023년 38.4%에서 2024년 48.2%, 지난해 49.4%로 높아졌다.

2년 만에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대로 학교장 자체해결 비율은 같은 기간 61.6%에서 51.8%, 50.6%로 11%포인트 낮아졌다.

신고된 사안의 절반가량이 학교 자체해결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경북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엄정하게 대응하면서도 일상적인 오해와 다툼, 경미한 사안까지 갈등 당사자의 관계가 단절된 채 절차만 밟고 끝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교육적 관계회복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함께+’가 학교폭력 조사나 공식 절차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과 보호자가 관계개선에 동의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더라도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는 그대로 진행된다.

폭력 정도가 중하거나 관계개선 방식이 적절하지 않은 사안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화해로 종결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사안 처리와 별도로 학생들의 깨진 관계까지 교육적으로 다뤄보겠다는 시도에 가깝다.

프로그램 이름인 ‘함께+’에는 교육공동체가 학생 간 갈등의 교육적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뜻을 담았다.

운영 과정은 ‘멈춰서(Pause)-듣고(Listen)-이해하고(Understand)-해결한다(Solve)’의 4단계다.

먼저 각 학교에 관계개선과 갈등조정 역량을 갖춘 교원 3~5명으로 ‘관계개선지원팀’을 구성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후 당사자가 함께 만나 갈등이 발생한 원인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에는 앞으로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한다.

학교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렵거나 전문적인 조정이 필요하면 교육지원청이 개입한다.

학교폭력전담지원관과 교육전문가·갈등조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관계개선지원단이 학교의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한 ‘관계회복 숙려기간’이다.

학교가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학교폭력전담지원관과 관계개선지원단이 48시간 이내 학생과 보호자에게 ‘함께+’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관계개선을 지원한다.

저학년 학생들의 작은 갈등이 장기간 대립으로 굳어지기 전에 초기 단계에서 대화와 이해의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지원도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최소 1개월 이상 학생들의 관계를 살피고 상담하면서 갈등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현장 안착을 위한 교원 교육도 확대한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5월 학교폭력 책임교사 900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으며 앞으로 교원과 학부모 대상 연수를 늘려 관계개선 중심의 교육적 해결에 대한 이해를 높일 방침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생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전문적인 지원체계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대화와 이해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