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심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30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생산 물량의 75% 이상을 이미 고객사와 약정했다고 밝혔다. 고객사와의 협상은 2028년 물량으로 넘어갔고 일부 장기 공급계약은 2031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됐던 AI발 수요가 범용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까지 번지면서 메모리 시장의 공급자 우위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이달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28년 물량 얘기 중"…공급 부족 올해보다 심해진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027년과 2028년 모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2026년보다 수급이 훨씬 더 타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내년 물량 상당 부분은 주인이 정해졌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2027년 생산량의 75% 이상이 고객사에 약정됐다.
이는 HBM이나 특정 장기계약에 한정된 수치가 아니라 전략적 고객 계약(SCA)과 일반 고객을 합친 전체 물량 기준이다.
고객들의 관심은 벌써 2028년으로 넘어가고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고객사와 진행하는 논의 대부분이 2028년 공급 물량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공급계약은 2031년까지 이어진다. SCA를 맺은 고객은 추가 물량을 요청하고 있고 일반 고객들도 발주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HBM은 더 빠르게 팔리고 있다. 2027년 HBM 물량 대부분은 이미 판매가 끝났으며 가격도 올해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마이크론은 HBM 수요 증가율이 적어도 2028년까지 범용 D램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마이크론은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생산장비보다 클린룸과 공장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 당장 생산량을 쏟아내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2028년 이후 공급 확대를 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메흐로트라는 "신규 클린룸 건설에 긴 시간이 걸리고 첫 웨이퍼를 생산한 이후에도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HBM 역시 HBM3E에서 HBM4, HBM4E로 세대가 바뀔수록 더 많은 웨이퍼를 사용해 범용 D램 공급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SK도 3분기 실적 출격…'메모리 품귀' 수혜 이어질까

마이크론이 확인한 메모리 호황은 이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고객사들의 물량 확보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객들의 구매 경쟁이 심화하면서 단기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고, 4분기 D램 판매량도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기 노이즈보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확장의 선순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의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마이크론 역시 늘어나는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을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장비가 아닌 클린룸과 공장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
신규 생산시설이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2027~2028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서 HBM4의 출하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실제 실적에 얼마나 반영됐는 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올렸는 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런 전망도 나온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