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의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사업과 관련해, 이 돈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전 8기는 한미가 사업 추진 틀에 합의했지만 세부 검증이 남아 있는 상태고, 알래스카 LNG는 한국 정부가 아직 투자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일방적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제는 추후 한미 협상에서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 등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형 원전 8기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을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와 관련 원전 8기 건설에 최대 1200억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약 220억달러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에는 5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 사업은 지난해 한미 무역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나머지 2000억달러는 에너지 등 전략 분야에 투입된다. 그대신 미국은 한국산 제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2000억달러 투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원전이다. 한미는 한국형 APR1400 2기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를 짓는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서명할 예정이다.
건설은 3단계로 추진한다. AP1000 2기를 먼저 짓고, 이어 APR1400 2기와 AP1000 2기를 건설한다. 마지막으로 AP1000 2기를 추가한다.
APR1400 2기가 건설되면 한국형 대형 원전이 미국에 처음 진출하게 된다. 지난해 1월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타협협정(SA)으로 미국 내 건설이 제한돼왔지만, 한미는 원전 프레임워크에 맞춰 협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프레임워크에 APR1400 2기를 미국에 짓기 위해 SA를 개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AP1000 6기 건설에도 한국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소규모로 참여하고 국내 민간기업도 함께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캐나다 브룩필드가 51%, 우라늄 업체 카메코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지분 투자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등 제3국 원전 사업 참여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원전 8기 건설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전체 사업비 1200억달러 중 200억달러를 공사비 증가에 대비한 예비비로 잡았고, 비용이 늘어나면 귀책 사유에 따라 부담 주체를 정할 방침이다.
부지와 냉각수 확보, 전력망 연결, 전력 수요 등도 따져야 한다. 김 장관은 미국 측이 제시할 세부 사업을 두고 4분기 사업비와 상업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는 원전보다 검토 단계가 더 남아 있다.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 떨어진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하는 가스관과 LNG 액화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5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국 정부는 사업 구조와 수익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은 이미 투자 방침이 확정됐다. 텍사스주 엔시날에 223억달러를 투입해 6G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설 등에 전력을 공급하며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