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박유경 전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거버넌스 담당 본부장이 고려아연 감사위원 선임에 필요한 주주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박 전 본부장이 몸담았던 APG는 그의 선임안에 기권하고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 선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APG는 독립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들에게 찬성하고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후보들에게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측 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표심을 보였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고려아연 주주인 APG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점에서 APG가 이해상충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APG의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APG는 지난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박 후보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하는 제3-2호 안건에 기권(Abstain)했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 선임안인 제3-1호 안건에는 찬성(For)했다.
표결 결과 박 후보 선임안은 주총 출석 의결권 기준 27.9%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백 후보는 81.8%의 찬성률로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에 선임됐다.
APG는 다른 독립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고려아연 이사회 측으로 분류되는 이형규·서은숙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준봉·심혜섭 후보 선임안에는 반대(Against)했다. 정관 변경안에도 찬성표를 행사했다.
APG는 이번 주총에서 박 후보 선임안에는 기권하고 영풍·MBK 측이 추천한 나머지 후보들에게는 반대표를 던졌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후보 선임안과 정관 변경안에는 모두 찬성했다.
업계에서는 APG의 박 후보 선임안 기권에 과거 고용 관계에 따른 이해상충 가능성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2009년부터 2025년 말까지 APG자산운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업무를 총괄했다.
APG는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 이후 고려아연의 주요 외국인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박 후보가 재직하던 당시에는 영풍·MBK 측 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표심을 보였다.
실제로 APG는 지난해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 7명 전원에게 반대표를 행사하고 영풍·MBK 측 후보 14명 전원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같은 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고려아연 측 후보 5명 전원에게 반대하고 영풍·MBK 측 후보 일부에게 찬성했다.
이번 기권을 두고 과거 고용 관계와 기존 의결권 행사 이력 등을 감안해 독립성 및 이해상충 논란을 고려한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만 박 후보의 재직 이력이나 당시 APG의 표결 방향만으로 박 후보가 의결권 행사 결정에 관여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박 후보 선임안에 대한 기권과 별개로, APG가 백 후보를 비롯한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들에게 찬성표를 행사한 점도 이전 주총과 차이를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6월 고려아연의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고려아연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 9일 임시주주총회에도 주주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해 현 지배구조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APG가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들에게 찬성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후보자별 전문성과 독립성,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 및 경영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표결만으로 APG가 현 경영체제 전반을 지지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해 영풍·MBK 측 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APG가 이번에는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들에게 모두 찬성했다는 점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의 변화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APG의 박 후보 선임안 기권은 전직 임원과의 관계를 고려해 불필요한 이해상충 논란을 피하려는 선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기권을 반대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들에게 모두 찬성했다는 점은 후보자들의 전문성이나 이사회 안정성, 경영 연속성 등을 고려해 현 경영체제에 손을 든 적극적인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