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훈 기자] 포스코노동조합 김성호 위원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취재하면서 기자에게 가장 많이 남은 것은 의혹 자체보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처음은 단체교섭 결렬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있었던 회사 측 관계자들과의 골프 회동이었다. 노사가 임금과 근로조건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야 할 시기에 노조위원장이 회사 측 관계자들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합원들에게 여러 생각을 갖게 할 만한 일이었다.

취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합 휴양시설 이용과 회사 법인차량의 사적 이용 의혹이 뒤따랐고, 2025·2026년도 콘서트 업체 선정과 행사 자금 집행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하나를 확인하면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은 따로 있었다.
조합원들은 지도부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자리다. 임금과 복지, 근로조건을 놓고 회사를 상대하고 때로는 조합원들에게 투쟁과 희생을 호소해야 한다. 그런 만큼 회사와의 관계에서 누구보다 분명한 선을 지키고 조합비와 노조의 자산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의심받을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조합원들에게 단결을 요구하는 시기에 지도부가 회사 측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은 노조 스스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제보자들의 이야기도 결국 한곳으로 모였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내부 갈등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있겠지만, 반복해서 등장한 것은 ‘신뢰’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탓하는 것도, 문제를 덮는 것도 아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입증하면 된다. 오해가 있다면 자료를 내놓고 설명하면 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책임지면 된다.
김 위원장에게도 충분한 반론과 해명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그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뤄둘 일도 아니다.
법적인 책임과 조합원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조합원들이 지도부에 품은 의문까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을 취재하다 보면 노사 모두 '신뢰'를 이야기한다. 회사는 노조와의 신뢰를 말하고, 노조는 조합원과의 신뢰를 강조한다. 그러나 신뢰는 성명서 한 장이나 해명 몇 마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편한 질문에도 답하고, 공개할 것은 공개하며,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는 과정에서 쌓인다.
이번 취재를 이어가면서 기자에게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포스코노조는 지금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
회사를 바라보는 것도, 내부의 문제 제기자를 바라보는 것도 그 다음이다. 노동조합이 가장 먼저 바라봐야 할 곳은 자신들에게 권한을 맡긴 조합원이어야 한다.
위원장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이 있기 때문에 위원장이 존재한다.
그 당연한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것. 포스코노조가 흔들린 신뢰를 되찾는 출발점은 거기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구=정훈 기자(tre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