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미국이 한국산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일부 바이오의약품에 무관세를 적용하면서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수주 경쟁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글로벌 ADC CDMO 시장을 선점한 중국 업체들이 무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적격 관할권에서 생산된 일부 의약품에 0% 관세율을 적용한다.
무관세 대상 의약품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비롯해 세포·유전자치료제, 혈장유래 치료제, 난임치료제, 핵의학 의약품 등이다.
한국은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영국, 인도, 대만 등과 함께 무관세 적용이 가능한 적격 관할권 19곳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 4월 미국은 의약품과 원료의 해외 의존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특정 특허의약품과 관련 원료에 원칙적으로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국가별 무역합의 등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하며, 한국산 특허의약품에는 1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일부 품목은 이 같은 관세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관세 조치의 직접적인 수혜 분야로 CDMO를 주목하고 있다. 기술력과 생산능력 등 조건이 비슷하다면 관세 부담이 없는 국내 업체가 비적격 관할 업체보다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적격 관할권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대를 받는 분야는 ADC다. ADC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다.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ADC 생산을 맡는 CDMO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CDMO 업체들도 ADC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천 송도에 최대 500리터 규모의 ADC 전용 생산시설을 가동한 데 이어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에 약 1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1000리터 규모의 ADC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지난해부터 시설을 본격 가동하며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대응하고 있다.
ADC CDMO는 적격 관할권에서 제외된 중국 업체들이 선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20년 ADC 사업을 전문으로 하기 위해 분사한 전문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 우시XDC의 지난해 매출은 59억44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7% 증가했다. 해당 기간 글로벌 ADC·바이오접합체 CRDMO 시장 점유율은 24%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체 수주잔고도 전년 대비 50.3% 늘어난 14억9000만달러(약 2조300억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무관세 조치가 국내 CDMO 업체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CDMO 선정에서 품질과 생산능력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관세가 적게 붙는 쪽이 유리하다"며 "한국은 이미 15%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무관세까지 적용된다면 중국 업체와 비교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실제 반사이익이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한다. EU와 영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도 적격 관할권에 포함된 데다 중국 CDMO 업체들도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우시XDC 역시 싱가포르에 ADC·바이오접합체 생산시설을 구축해 올해 상업생산이 가능한 생산체제를 갖췄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관세 부담은 결국 CDMO에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무관세를 적용받고 중국에는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실제 수혜 규모는 중국에 적용되는 관세 수준 등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