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만에 다시 밟아 보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무대는 한국에게 가혹한 시련의 싸움터였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과 A조에 편성돼 단 한 경기도 낙관할 수 없었다.
야망과 고뇌를 함께 짊어진 채 꿈에도 그리던 멕시코 무대로 돌아 온 김종부에게도 월드컵 대회는 3년전인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 명단을 입수한 멕시코 언론은 한눈에 김종부의 이름을 알아보고는 ‘붉은 악령이 돌아 왔다’고 대서특필했다. 어찌됐든 멕시코 그라운드는 김종부에게 마냥 낯설지만은 않았다.
1986년 6월2일 한국은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에서 3-1로 크게 패했다.
한국으로서는 실력 부족과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6월5일 올림피코스타디움에서 불가리아와 2차전을 벌였다. 한국은 당초 불가리아를 유일하게 해볼만한 상대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 시작 호루라기가 울렸다.
한국은 불운하게도 전반 11분만에 수비 실책으로 불가리아의 게토프에게 선취골을 허용했고, 분전의 보람도 없이 전반을 1-0으로 뒤진 채 마쳤다.
한국의 김정남 감독은 드디어 비장의 무기인 김종부를 노수진 대신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종부에겐 3년전 청소년 팀 주포로서 2골 3어시스트를 낚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던 영광의 무대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후반 23분 김종부의 재능이 빛을 발했다.
‘굶주린 맹수’처럼 호시탐탐 불가리아 문전을 노리던 감종부는 조광래의 헤딩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 하더니 몸을 180도 틀며 오른발 논스톱 슛, 불가리아 오른쪽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완벽한 작품이었다.
김종부의 이 한골은 1-1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한국에 월드컵 첫 승점을 선사했고 6월10일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승리하면 16강행이 가능한 여운을 남긴 귀중한 골이었다.
조이뉴스24 /김덕기(축구전문대기자)chooggu@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