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AI가 몇 초 만에 정답을 찾아주는 시대, 학교 시험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까.
경북교육청이 그 답을 ‘정답’보다 학생이 어떻게 생각하고, 논리를 만들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지를 보는 평가에서 찾는다.

교사가 직접 서·논술형 문제를 만들고 학생들이 실제로 답하게 한 뒤 그 답안까지 분석해 다시 문제와 채점 기준을 손질하는 방식이다.
경북교육청은 학생의 사고 과정과 배움의 성장을 살피는 평가를 학교 현장에 확산하기 위해 ‘생각을 가꾸는 경북 서·논술형 평가 문항 개발단’을 구성·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경북교육청이 추진하는 ‘AI 시대 경북 학생평가 대전환’의 하나다.
단순히 서술형 문제 몇 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을 평가할 것인지까지 학교 평가의 틀을 바꾸겠다는 시도다.
개발단에는 도내 초·중·고 교원 50여 명이 참여한다.
초등에서는 IB형 서·논술형 평가를 중심으로 한 ‘배움을 가꾸는 초등’을 운영한다.
중등은 사고를 가꾸는 국어, 논리를 가꾸는 수학, 소통을 가꾸는 영어, 관점을 가꾸는 사회, 탐구를 가꾸는 과학, 다양성을 가꾸는 교과 등 6개 분야로 나눠 문항을 개발한다.
핵심은 문제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문항과 채점 기준, 예시 답안, 학생 피드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
개발된 문항은 교사들끼리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학교 수업과 평가 현장에 투입된다.
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을 분석하고 교사들이 공동채점을 진행한 뒤 출제 의도와 실제 학생 반응이 달랐던 부분이나 채점 과정에서 판단이 엇갈린 지점을 찾아 문항과 평가기준을 다시 수정·보완한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서 특히 중요한 대목이다.
객관식 시험은 정답이 명확하지만 서·논술형 평가는 같은 답안을 두고 교사마다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가 확대만큼 채점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고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하느냐가 현장 안착의 관건이 된다.
경북교육청은 이 과정을 통해 학생에게는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평가를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문항 설계와 채점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종 개발된 평가자료는 202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보급해 수업과 평가, 교원 연수 등에 활용한다.
현장에서 검증된 문항과 채점 사례도 지속적으로 축적해 향후 경북 AI 평가 지원 시스템과 수업·평가 아카이브에 연계할 방침이다.
여기에 AI도 들어온다.
경북교육청은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지원 시스템 도입을 준비해 교사가 문항을 활용하고 채점과 피드백을 하는 과정까지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AI가 정답을 대신 내놓는 시대에 학생에게는 더 깊은 사고를 요구하면서, 역으로 AI는 교사의 평가 업무를 돕는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AI가 서·논술형 평가에 본격적으로 활용될수록 새로운 과제도 생긴다.
AI가 학생의 다양한 표현을 어느 수준까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지, 채점 지원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 교사의 최종 판단과 AI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등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할 부분이다.
경북교육청은 오는 10월 ‘학생평가 대전환 함께 포럼’을 열어 평가혁신 방향과 학교 현장의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서·논술형 평가 관련 교원 연수도 확대할 계획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서·논술형 평가는 정답을 찾는 것을 넘어 학생이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지를 살피는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교원의 평가 전문성을 높이고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평가가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