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LAW] AI 도입, 노조와 어디까지 교섭해야 하나

[AI & LAW] AI 도입, 노조와 어디까지 교섭해야 하나

노란봉투법 이후 신기술 도입과 노동쟁의의 경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제조 현장에서는 AI와 로봇이 생산공정을 바꾸고, 사무실에서는 생성형 AI가 보고서 작성과 고객 응대를 보조하고 있다. AI는 채용과 인사평가, 업무 배정이나 근무 일정 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졌다. 이제는 “AI를 사용할 수 있는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AI를 도입하면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달라진다면 누구와 무엇을, 언제 논의해야 하는가”를 함께 질문해야 한다.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함께 이 질문은 더욱 중요해졌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고,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했다.

김상유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AI 도입은 전형적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다. AI 도입은 기존 업무를 대체하거나 직무를 재설계하고, 근무시간이나 작업방식을 바꿀 수 있다. AI 도입도 노동조합과 반드시 교섭해야 하는 것일까. 올해 9월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비교적 구체적 답을 내놓았다. 기업이 확인해야 할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AI를 도입한다는 결정 자체도 교섭해야 하는가

원칙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고용노동부는 AI·자동화 설비 등 신기술 도입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서 기업투자, 합병·분할·양도·매각 등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말라”거나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지 말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곧바로 회사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교섭 의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언제 AI 문제가 의무적 교섭 대상이 되는가

고용노동부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더라도 결정의 실행과정에서 세부계획이 구체화되어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의무적 교섭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AI 등 신기술 도입 이후 업무 내용·방식이 변경되거나 고용조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근무 형태의 변경, 정리해고 등에 관한 인력운영계획 등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공지되는 경우,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계획 등이 발표되는 경우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신기술 도입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그에 따른 배치전환, 고용안정대책, 근무시간 조정, 작업방식 변경 관련 안전보건대책 등은 교섭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공정에 AI를 도입하는 것 자체는 교섭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 3교대 근무가 2교대로 바뀌거나 특정 직무가 사라지고 근로자의 배치전환이 구체적으로 예정된다면, 근무형태나 배치전환에 따른 문제는 노조와의 교섭 의제가 된다.

셋째, 기업은 AI를 도입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의 도입으로 인해 어떤 업무가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지, 업무량과 근무시간은 달라지는지, 작업방식에 변화가 생기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과 사내 인사제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AI 도입 결정’과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의사결정 단계부터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인사부서와 법무부서는 AI 도입 계획이 확정된 뒤 뒤늦게 참여하기보다 사업·기술부서와 함께 직무·인력·근무형태의 변화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이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가’의 범위를 바꿨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원청이 구축한 AI 시스템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 배정, 작업방법, 근무시간이나 평가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좌우하는 구조라면,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AI 도입계획을 아래의 관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AI 로드맵은 근로조건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는가? 일하는 사람과 논의를 준비하고 있는가?”

김상유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syk@yoonyang.com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