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시가 반도체 생산공장 대신 ‘설계와 검증’에서 승부를 건다.
로봇과 모빌리티 등 대구의 기존 주력산업에 필요한 시스템반도체를 지역에서 설계하고 검증해 상용화까지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대경권 성장엔진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를 선정한 데 맞춰 대구시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인프라와 전문인력 양성 투자를 확대한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 주재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연계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대경권 성장엔진으로는 반도체 첨단소재·부품, 이차전지 핵심소재·자원순환, 첨단 모빌리티 부품, 첨단 AI 로봇 등 4개 분야가 선정됐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핵심소재·부품과 함께 로봇·모빌리티와 연계한 ‘수요특화 시스템반도체 설계·검증’이 핵심 품목으로 포함됐다.
대구로서는 그동안 구축해 온 시스템반도체 인프라를 정부의 권역별 산업정책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대구시는 이에 맞춰 2차 추경에 지능형반도체 개발·실증 지원 6억5000만원, 고신뢰 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검증·확인 지원 9억6000만원,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 1억원을 각각 증액 편성했다.
추가 투자 규모는 모두 17억1000만원이다.
액수 자체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돈을 투입하는 곳이다.
대구는 대규모 웨이퍼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식보다 팹리스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설계·실증·검증 과정의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비수도권 최초의 팹리스 기업지원 인프라인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와 ‘고신뢰반도체검증지원센터’를 구축해 기업의 설계와 검증을 지원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개발에는 고가의 장비와 전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팹리스가 이를 개별적으로 모두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현실이다.
김동현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장은 “시스템반도체 개발 과정에는 고가의 전문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어서 중소 팹리스 기업이 독자적인 환경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센터의 인프라와 전문지원을 통해 개발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우수한 창의적 기술을 제품화와 상용화로 연결할 수 있도록 기업별 성장단계에 맞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 반도체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사람’이다.
경북대학교 반도체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전문교육과 기업 프로젝트, 장비실습, 현장실습 등을 확대해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김학린 경북대 반도체특성화대학사업단장은 “반도체 인재는 이론만으로 길러지지 않고 실제 장비와 설계 소프트웨어를 직접 다뤄본 경험에서 완성된다”며 “기업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장비실습을 확대해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결국 대구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지역 수요산업→시스템반도체 설계→실증·검증→상용화→전문인력 공급’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것이다.
특히 로봇과 모빌리티, 첨단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이를 움직이는 맞춤형 반도체 수요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과 반도체의 연결이 대구 전략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운 대구시 인공지능혁신성장실장은 “대구가 보유한 시스템반도체 설계·검증 인프라와 우수한 인재는 지역 반도체산업을 성장시킬 핵심 경쟁력”이라며 “기업지원과 인재양성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