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연프' 목적이 커플탄생이라고? 선호와 커플안된 나영의 솔직함이 큰 매력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연프' 목적이 커플탄생이라고? 선호와 커플안된 나영의 솔직함이 큰 매력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의 목적이 커플 만들기라기 생각하면 오해다. '연프' 제작 초기에는 커플을 탄생시키는 과정에 충실하기는 했다.

그것보다는 흥행이 제작진 입장에서는 훨씬 더 중요했다. 최종 커플이 5쌍이나 탄생해도 시청률이 안나오면 누가 책임지나? 게다가 '나는 솔로'는 기수별 마지막회 방영 타이밍이 실제보다 3개월~6개월이나 지나, 최커(최종커플)의 의미가 반감된다. 론칭한 연애 프로그램이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으면 시즌2의 제작은 보장할 수 없다.

'나는 솔로' 33기 모솔남녀편의 순수남 광수 [사진=ENA]

그래서 나온 게 특이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춰 재미를 유지시켜나가는 작전을 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프’의 트렌드가 설렘에서 도파민 분출로 바뀌었다고 했지만, 그런 변화의 본질에는 화제성 등 흥행을 더 중요시하게 됐다는 점이 깔려있다.

그러다 보니, 솔직하다 못해 감정 표현이 평범하지 않거나,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대인관계 스킬이 떨어지는 특이한 사람들의 분량을 크게 키워 화제성을 살리고 있다.

‘나는 솔로’ 조섹츤(조곤조곤 섹시한 츤데레) 4기 영수와 4기 정숙을 ‘나솔사계’와 ‘지지고 볶는 여행(지복행)’에 계속 출연시키는 것도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나는 솔로’ 31기에서 영숙과 순자가 경수를 두고 벌였던 삼각관계 쟁탈전은 이 많은 요소들을 대거 충족시켜주는 결정체였다. 이 삼각관계는 룸메이트들도 가세한 경쟁이었는데, 옥순의 영숙 응원은 지나치다 못해 막장적이었다.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영숙의 룸메이트들인 옥순과 정희 등이 영숙에게 작전을 조언하고 있는 것을, 옆방에 있는 순자가 다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순자가 급성 스트레스성 위경련이 발생해 병원에 갔다오기도 했다.

여성에게 과정과 단계를 무시한 스킨십을 시도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남성이 스핀오프 프로그램 캐스팅에서 제작진의 선택을 받는 걸 보면 ‘나는 솔로’ 운영방식에서 그런 의도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나는 솔로’에서 그런 성격이나 스타일이 감지되면 ‘나솔사계’와 ‘지지고 볶는 여행(지복행)’으로 캐릭터를 한번 더 써먹는다. 물론 ‘나솔사계’에는 ‘나는 솔로’ 한 번만으로 끝내기 아까운 매력(성격, 비주얼 등등)을 지닌 친구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솔사계’에만 2~3차례 출연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제작진의 그런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나는 솔로’ 33기의 국토교통부 5급 사무관 광수와 경찰공무원 영수는 제작진에게 자연스럽게 걸려드는 사냥감이다. 여성에게 너무 서툴고 순수해 '귀여움'마저 챙긴 광수는 그나마 좋은 인상을 남겼다. 데이트 직전 영수의 무스를 머리에 바르며 손가락으로 다듬는 광수를 보면, 다른 사람은 도저히 남길 수 없는 매력을 발산시킨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광수와 영수의 ‘브로맨스 케미’는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의외의 소득'이다.

반면, 영수는 연애하는 과정에서 분량을 확보한 게 아니라, 먹는 데 너무 집중하는 장면으로 화제성을 키웠는데, 별로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영수와 순자는 ‘손잡고 랜덤 데이트’를 하다가, 순자가 빵을 자르고 있는데, 그걸 못참고 벌써 먹어버렸다. 자막에는 “잡아주는가 싶더니, 본인 잎으로 직행”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영수는 “먹방을 찍으러 온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작 그가 음식부터 먼저 챙기다 놓친 것은 대화에서 겉돌았다는 점이다. 영수는 1대1 데이트나 남녀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대화속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대화중 누가 한 단어를 말하면 그걸 일본 단어로 말한다. 서로 다른 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 신자인 영수가 두 여성이 기독교를 믿고 있어 아깝다고 했는데, 과연 종교 하나의 문제 때문인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SBS 연애 프로그램 '내 남은 연애'의 솔직녀 나영. [사진=SBS]

연프마다 제작과 스타일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나는 솔로' 같은 제작환경이라면 출연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좋을까?

자기 감정에 충실하며 솔직한 게 가장 낫다. 최근 ‘연프’에서 그런 출연자를 한 명 봤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생사를 오가는 투병 경험이 있는 2030 청춘들의 연애 리얼리티인 SBS ‘내 남은 연애’의 김나영이다.

‘나영’은 지난 21일 종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예지를 좋아하고 있는 선호에게 조금 늦게 뛰어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했지만, 상대의 확신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흔들림 없는 직진을 이어갔다.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연프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로 남는다는 점을 나영은 잘 보여주었다.

최종 선택에서 선호는 6년전 블로그 이웃으로 서로의 투병을 응원했던 예지와 커플을 이뤘지만, 김선호에게 마음을 다했던 김나영은 “내가 좋다는데 뭐 어때. 내가 좋았으면 됐지. 나 자신 멋있다”라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나영의 나르시시즘은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직진 나영’은 나영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캐릭터다.

나영은 선호와 가장 멋있는 데이트를 했다. 남산투어 버스를 타고 산발된 머리를 보여주며 깔깔거리며 웃었고, 야경을 보며 서로 호감을 키웠다. 나영은 이날 데이트에서 세 번 설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선호와 맺어지기 유리한 상황이었던 예지는 오히려 불안해했고, "왜 이렇게 안들어와"라며 초조하고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

나영은 선호가 확신을 주지 않았는데도 별로 상관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감정에 충실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나영이 커플을 얻지 못하고도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요인이다. “(선호와) 같이 있을 때 웃었다. 행복하게. 진심이었다.”

비록 나영의 선호에 대한 감정은 “한여름밤의 꿈”이 됐지만, 나영은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출연자로 기억될 것 같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