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K방산 수출 물량이 양산 단계에 들어서면서 방산업계의 경쟁이 수주전에서 인재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수출 무기 생산과 KF-21 같은 대형 개발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채용 분야도 연구개발(R&D)을 넘어 생산기술과 품질, 구매, 해외사업까지 넓어졌다. 쌓인 수주잔고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하려면 정해진 일정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 인도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등 방산 4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7520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5개 분기 연속이다.
일감도 넉넉하다. 2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지상방산·우주항공 부문)는 70조원에 이른다. KAI는 25조8000억원, LIG D&A는 24조6000억원, 현대로템(디펜스솔루션 부문)은 9조8000억원 등이다.
방산업계는 수주가 실제 생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맞춰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방산 사업은 계약을 따내는 것만큼 정해진 일정 안에 물량을 만들어 인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수주잔고가 많아도 인력이 부족하면 수익성 개선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방산업계는 인재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31일부터 부터 이달 20일까지 R&D, 제조·생산기술, 품질, 구매, 사업개발 등 분야에서 하반기 대규모 신입 채용을 진행했다. 생산 현장 인력에 더해 수출 물량의 설계와 관리를 맡을 연구개발·사업 인력까지 동시에 채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LIG D&A는 하반기 신입·인턴과 경력사원을 세 자릿수 규모로 뽑았다. 모집 분야는 미사일시스템, 해양, 위성,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이다. 신입 접수는 지난 13일 마감했고 경력사원은 이날까지 지원서를 받는다.
KAI는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연구개발(AI·AX 개발, 항공전자, 소프트웨어), 운영(생산관리·기술, 품질, 구매, 고객지원), 사업, 경영 등 전 직군에서 대졸 신입을 모집했다. KF-21 양산과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우주·위성 등 앞으로 펼쳐질 사업에 투입할 인재를 모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항공우주 분야를 대상으로 한 별도 신입·경력을 채용했다. 덕티드 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유도무기탄·엔진, 메탄 엔진,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등 항공우주 분야 14개 직무 대상이었다. 이는 항공우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각사가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필요한 인재를 채우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기체계 개발 경험을 갖춘 인력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사업장이 대부분 수도권 밖에 있어서다.
방산업은 장기 프로젝트가 많고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특성상 인력의 숙련도를 꾸준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제조업계에서는 2~3년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더 높은 임금 등을 이유로 수도권 기업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계 인재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대학들이 기업의 니즈를 분석해 채용 보장형 학과등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산업계는 공채와 별개로 대학·교육기관과 손잡고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엔진은 경상대·부산대·창원대와 동남권 지역인재 양성 협약을 맺었다. 부산대에는 한화 계약학과를 새로 만들고, 경상국립대와 국립창원대에서는 계약정원제 석사과정을 운영해 AI 인력을 집중 육성한다. 선발된 학생은 재학 중 학자금과 생활보조금, 인턴 기회를 받고 졸업 후 별도 절차를 거쳐 한화 계열 3사에서 일하게 된다.

LIG D&A는 지난 7월 세종대학교와 국방융합기술학과 계약학과 설치·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학과는 해양무기체계, 감시정찰체계, 유도무기 및 무인체계 등 3개 전공 트랙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LIG D&A의 방위산업 기술력과 현장 경험, 세종대의 국방과학기술·인공지능(AI)·무인체계 분야 교육·연구 역량을 결합해 미래 방산 분야 핵심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지잔 6월에는 KAI, LIG D&A 등과 함께 전북대의 '방위산업 맞춤형 인재양성 및 채용연계 협력 프로그램' 협약에 참여해 산학장학생 선발부터 인턴십·현장실습·채용까지 잇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KAI는 대졸 공채와 별도로 직업계고 기술인력 육성에도 나섰다. 회사는 최근 교육부와 '직업계고 기술인재 취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KAI는 직업계고 1·2학년에게 직무 진단과 교육,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3학년에게는 항공우주 분야 취업과 연계한 직무교육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K방산의 과제는 이제 수주 확대를 넘어 확보한 일감을 계획대로 생산하고 인도하는 실행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R&D와 생산·품질 인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숙련도를 축적하느냐가 수주잔고를 실제 실적으로 바꾸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