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이 조합이 진짜 맛있을까?"
고추장에 버터. 이름만 들어도 진하고 묵직한 맛이 예상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 맥도날드가 내놓은 신제품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를 두손으로 눌러 크게 베어 물었다. 예상과 달리 가장 먼저 떠오른 맛은 익숙한 닭강정이었다.

바삭한 닭고기 패티를 씹자 매콤달콤한 맛이 퍼졌고 뒤이어 고추장 특유 구수한 풍미가 따라왔다. 단순히 매운맛을 강조한 소스와 달리 장맛도 제법 또렷했다. 평소 먹는 고추장보다 매운맛은 조금 강했지만 짠맛이 강하지 않아 끝맛은 예상보다 깔끔했다.
몇번 더 씹자 맛의 중심이 달라졌다. 브리오슈 번에서 고소함과 은근한 단맛이 살아났고 버터풍미도 슬며시 올라왔다. 첫입을 이끌던 고추장 맛은 한발 물러서고 빵과 버터가 주는 부드러운 맛이 점차 선명해졌다.
우려했던 느끼함은 크지 않았다. 튀김옷과 버터에서 나오는 기름진 맛을 매콤한 고추장이 잡아줬다. 고추장과 버터라는 다소 낯선 조합이 서로 튀기보다 번갈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입 안에서도 맛 중심이 계속 바뀌는 점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패티도 존재감이 컸다. 두툼한 닭고기를 깨물자 튀김옷이 바삭하게 부서졌고 속살에서는 육즙이 느껴졌다. 케이준 시즈닝에서 나오는 짭조름한 풍미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맥도날드 하면 소고기 패티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번 제품에서는 치킨패티 자체에 상당히 힘을 줬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튀김옷이 두꺼운 탓인지 패티 곳곳에 유난히 딱딱한 부분이 있었다. 몇번을 씹어도 쉽게 끊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촉촉한 속살과 바삭한 겉면의 대비는 좋았지만 일부에서는 바삭함을 넘어 질긴 식감이 두드러졌다. 두툼한 패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조리편차를 줄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번에는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를 집었다. 한입 베어 물자 고추장 특유 구수한 맛보다 매운맛이 먼저 혀끝을 찔렀다.
익숙한 맥스파이시 닭가슴살 패티가 맛의 중심을 잡았다. 담백한 패티에 고추장 버터 소스를 더했지만 팩크리스피에서 느껴졌던 버터의 부드러움이나 장맛은 상대적으로 희미했다. 몇입을 더 먹어도 맛의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먹을수록 매운맛은 맥크리스피보다 강하게 올라왔다. 고추장과 버터라는 새로운 조합을 맛본다는 느낌보다 기존 매운 치킨버거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더한 인상이 강했다. 두 제품에 같은 고추장 버터 소스를 사용했지만 패티와 번에 따라 맛이 상당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K버거'라는 이름값은 할까. 고추장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입맛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확인하기 위해 중국인과 캐나다인에게 두 제품을 맛보게 했다.
평소 비빔밥을 즐겨 먹는 중국인 창창은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를 한입 베어 문 뒤 고개를 갸웃했다. "고추장이라기엔 생각보다 너무 달다"는 게 첫 반응이었다. 몇입 더 먹은 뒤에는 "비빔밥에서 먹던 고추장보다 존재감이 약하다. 버터가 매운맛을 누르면서 달콤한 버거에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캐나다인 찰리는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를 먹고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훨씬 맵다"며 곧바로 음료를 찾았다. 몇입 더 먹은 뒤에는 "맛의 조합은 흥미롭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며 결국 버거를 내려놨다.
같은 고추장 버터 소스를 썼지만 두 제품이 남긴 인상은 확연히 달랐다. 맥크리스피에서는 고추장의 매콤함과 버터·브리오슈의 고소함이 번갈아 살아나면서 한입 안에서도 맛이 변했다. 반면 맥스파이시는 익숙한 매운 치킨버거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K버거'라는 이름표를 생각하면 아쉬움도 남았다. 불닭처럼 강렬한 매운맛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아니고 고추장을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는 인상도 강하지 않았다. 외국인 시식자 역시 각각 '달다'거나 '맵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을 뿐 고추장이라는 재료 개성을 곧바로 짚어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낯선 조합에 대한 경계심을 걷어낸 쪽은 맥크리스피였다. 고추장과 버터가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맞물렸고 두툼한 치킨패티도 힘을 보탰다. 'K버거'라는 이름에는 한끗이 부족했지만 적어도 다시 한입을 부르는 맛은 남겼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