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줄었다고 안심했더니…한 번 당하면 5384만원, 피해액 ‘1조2578억’

보이스피싱 줄었다고 안심했더니…한 번 당하면 5384만원, 피해액 ‘1조2578억’

권영진 의원, 경찰청 5년 자료 분석…발생 24.6% 줄었는데 피해액 62.4% 급증
검찰·금감원 등 기관사칭 피해만 9884억·전체 78.6%…“국민 신뢰 악용 범죄에 수사력 집중해야”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는 줄었는데 피해자들이 빼앗기는 돈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사상 1조원대를 넘어서면서 최근 5년 중 최대 규모인 1조2578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권영진 의원실]

특히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사건 한 건당 피해액은 5년 사이 약 2500만원에서 5384만원으로 2.2배 수준까지 뛰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진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발생 및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21년 3만982건에서 2022년 2만1832건, 2023년 1만8902건으로 감소했다.

이후 2024년 2만839건, 2025년 2만3360건으로 다시 증가했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24.6% 적다.

문제는 피해액이다.

2021년 7744억원이던 피해액은 2022년 5438억원, 2023년 4472억원까지 줄었다가 2024년 854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조2578억원까지 치솟았다. 전년보다 47.2%, 2021년과 비교하면 62.4% 증가한 규모다.

발생 건수와 피해액을 단순 산출한 건당 피해액도 2021년 약 2500만원에서 2025년 약 5384만원으로 늘었다.

범죄 건수만 보면 5년 전보다 줄었지만 한 번 범죄망에 걸려들었을 때 입는 경제적 타격은 훨씬 커진 셈이다.

범죄 수법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 대출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던 방식에서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021년 7017건에서 2025년 1만3323건으로 8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1741억원에서 9884억원으로 약 5.7배 불어났다.

2025년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 1조2578억원 가운데 기관사칭형이 차지하는 비중만 **78.6%**에 달한다.

반면 대출사기형 피해액은 2021년 6003억원에서 2025년 2694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검찰이나 금감원 등 국가기관의 권위를 내세워 피해자에게 범죄 연루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불안과 공포를 자극한 뒤 거액의 자금을 편취하는 범죄가 더욱 위협적인 유형으로 떠오른 것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형 범죄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이 권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검거사례에 따르면 캄보디아 프놈펜을 거점으로 검찰·금감원을 사칭해 피해자 382명에게서 총 531억9265만원을 편취한 조직원 47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43명이 구속됐다.

또 미국·캐나다 재외동포 15명을 상대로 영사·검찰·금감원 등을 사칭해 총 123억2222만원을 가로챈 캄보디아 거점 조직원 10명도 전원 구속됐다.

경찰청이 제출한 최근 주요 사례 5건만 합쳐도 피해자는 640명, 피해액은 약 855억원에 달한다.

권영진 의원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과거보다 줄었지만 피해액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고, 한 번 피해를 당하면 수천만원에서 평생 모은 재산까지 잃을 수 있는 범죄로 대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을 사칭하는 범죄가 전체 피해액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만큼, 국민의 신뢰를 악용하는 기관사칭형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앞둔 시민들에게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권 의원은 “가족과 지인 간 연락이나 금융거래가 많아지는 시기인 만큼 보이스피싱 범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범죄 연루 등을 이유로 돈을 옮기라고 하거나 계좌이체를 요구한다면 즉시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