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韓 3.2%·대만 11%로 상향…같은 반도체 훈풍에도 벌어진 격차

ADB, 韓 3.2%·대만 11%로 상향…같은 반도체 훈풍에도 벌어진 격차

韓 7월 2.6%→9월 3.2%, 대만은 9.5%→11.0%…두 나라 온도차 7.8%p
내년 전망은 2.3%로 주춤…"관세·지정학 긴장·금융시장 변동성이 하방 위험"
아시아개발은행 2026년 아시아경제 수정 전망 발표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지난 7월 전망치(2.6%)보다 0.6%포인트 높다. 같은 날 대만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9.5%에서 11.0%로 상향됐다. 두 나라 모두 반도체·인공지능(AI) 수출 훈풍을 상향 배경으로 꼽았지만, 성장률 격차는 7.8%포인트로 벌어졌다.

ADB는 23일 발표한 '2026년 아시아경제전망(ADO) 9월 수정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7월 2.6%, 이번에 3.2%로 두 차례 연속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5개월 만에 1.3%포인트를 높인 것이다.

7~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기업심리지수(BSI)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2.3%로 상향에 그쳐 올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다. ADB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을 주요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이번 상향으로 ADB의 올해 전망치는 KDI(3.2%)와 같아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제시한 3.3%보다는 0.1%포인트 낮다. 정부 전망치(3.0%), OECD·IMF(2.6%)보다는 높다. 내년 전망은 기관별 편차가 크다. 한은(2.9%)과 IMF(2.5%)는 ADB(2.3%)보다 높게 봤고, KDI(2.2%)·정부(2.2%)·OECD(1.9%)는 낮게 잡았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7%, 내년 2.2%로 7월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ADB 전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만이다. ADB가 제시한 대만의 올해 성장률(11.0%)은 대만 통계 당국인 주계총처가 지난달 14일 내놓은 자체 전망치(11.05%)와 사실상 같다. 주계총처는 지난 2월 7.71%, 5월 9.64%에 이어 세 차례 연속 전망치를 올렸다. 이 수치대로면 대만은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며, 지난해(8.76%)에 이어 2년 연속 고성장, 사상 첫 두 자릿수 성장이다.

ADB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률 수정 전망 표.

대만 당국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수출뿐 아니라 민간소비·민간투자까지 함께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발 수출 호황이 소비·투자로 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내년 성장률은 대만 당국 기준 6.04%, ADB 기준으로는 5.0%로 제시됐다.

한국과 대만 모두 이번 상향의 핵심 근거는 AI 반도체 수출 확대다. 하지만 파급 경로에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는 지난달 전망에서 한국의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설비투자에서는 뚜렷하지만 민간소비로의 확산은 소득 증가가 반도체 부문에 편중돼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대만 당국이 수출·투자·소비 전반의 동반 호조를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두 나라가 꼽은 리스크 요인도 겹친다. 대만 당국은 중동 정세·에너지 가격, 미국의 관세 정책, 글로벌 기업들의 AI 투자 지속 여부를 변수로 들었다. ADB가 한국에 적용한 지정학 긴장·금융시장 변동성·미국 관세 리스크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가 두 나라 경제의 공통 변수로 걸려 있는 셈이다.

한국·대만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은 3.1%로 7월 전망보다 0.5%포인트 상향됐다. 싱가포르(3.2%→5.0%), 홍콩(3.0%→4.2%)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그룹의 일본(0.7%)과 호주(2.0%)는 변동이 없었다. 반도체·AI 공급망에 걸쳐 있는 국가들이 이번 상향을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