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경북이 농산물을 잘 생산하는 지역을 넘어 ‘식품으로 돈 버는 산업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과·참외·한우 등 우수한 농축수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기존 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식품 제조와 푸드테크, 기업 투자, 수출, 관광·문화콘텐츠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겠다는 것이다.

경북도가 민선 9기 핵심 성장산업으로 ‘식품한류산업’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이다.
23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의 강점은 분명하다. 풍부한 농·임·축·수산물 생산기반에 전통 식문화가 살아 있고 포항의 식품로봇, 구미의 스마트제조, 의성의 세포배양식품 등 미래 푸드테크 기반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좋은 원료를 생산하는 것만으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지역에 남길 수 있느냐다.
경북도는 그 해답을 ‘원료+기술+기업+문화’의 결합에서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식품한류산업국’을 신설했다. 식품을 농식품 가공의 범주에 가두지 않고 기술·기업·수출·관광·콘텐츠가 결합된 융복합산업으로 다루기 위한 전담 조직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식품산업의 국가 미래 전략산업화’를 제안하고 경북을 원료 조달부터 연구개발·실증, 생산, 기업 성장과 수출까지 연결하는 ‘대한민국 식품산업 국가 테스트베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전략은 크게 세 갈래다.
‘대한민국 식품산업 테스트베드’, ‘K-푸드 기업 성장기지’, ‘글로벌 식품한류 플랫폼’이다.
첫 번째 승부처는 기술이다.
기업이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면 원료 확보에서 연구개발과 실증, 생산, 시장검증까지 경북 안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주기 혁신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기반시설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가 착공했고, 17일에는 식품로봇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가 준공됐다. 앞서 10일에는 정밀발효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산학연 협력 범위를 넓혔다.
포항의 식품로봇과 구미의 스마트제조, 의성의 세포배양식품에 대학·연구기관의 역량을 결합해 ‘경북에서 개발하고, 경북에서 검증하고, 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두 번째 축은 기업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이 단순 원료로 빠져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식품기업의 제품과 브랜드로 재탄생하도록 창업·투자·기술·인재·판로·수출을 연결한다.
지난 7월 경북도와 구미시, 오뚜기라면이 K-푸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도 이 전략의 연장선이다.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기업은 지역의 우수한 원료로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북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세 번째 무기는 ‘오래된 맛’이다.
음식디미방과 수운잡방, 시의전서 등 고조리서에 담긴 전통음식과 지역의 식재료·전통시장·축제·관광자원을 묶어 K-미식벨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옛 조리법을 박물관 속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상품과 외식, 체험, 관광콘텐츠로 만들어 세계인이 소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22개 시군과 대학, 출자·출연기관, 식품·푸드테크 전문가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일 22개 시군 부단체장 회의를 통해 지역별 식품산업 자원과 기업 애로사항, 미식관광 연계방안 등을 논의했고 산학연 협력 간담회를 통해 연구개발·실증·사업화·인재양성 분야의 신규 과제도 발굴하고 있다.
관련 조례 정비와 경북식품박람회, 글로벌 외빈을 대상으로 한 미식행사 등 후속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경북의 구상은 ‘농업을 버리고 식품산업으로 간다’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만들어낸 가치를 지역에서 더 크게 키우겠다는 것에 가깝다.
농민이 생산한 원료가 지역 기업의 제품이 되고, 첨단기술을 만나 경쟁력을 높인 뒤 수출과 관광으로 이어져 다시 농가소득과 기업 성장, 일자리로 돌아오는 구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은 풍부한 식재료와 제조업 강점의 산업구조, 세계적인 문화의 힘까지 갖춘 식품한류산업을 이끌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K-푸드 산업화와 세계화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 식품한류산업을 이끌고 Next 한류로서의 새로운 국가 성장축을 만드는 데 경북이 그 중심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K-푸드’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있지 않다. 경북의 사과와 한우, 수산물과 전통음식이 기술과 기업을 만나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지역에 남기느냐에 있다.
경북이 ‘잘 생산하는 농도’를 넘어 ‘잘 가공하고, 잘 팔고, 세계인이 찾아와 맛보게 하는 식품산업의 중심지’로 올라설 수 있을지 민선 9기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