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정현 수원고검장이 공석 중인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을 9일 앞두고서다. 1년 넘게 검찰총장이 공석인 가운데 검찰청은 결국 새 총장을 맞지 못한 채 78년 역사의 문을 닫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22일 "이 고검장을 대검 차장검사로 전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사는 대검 차장검사의 사직으로 인한 공백 해소 및 차질 없는 공소청 출범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검장은 전남 나주 출신이다. 나주 영산포상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한 뒤 서울 북부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른바 공안통으로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 공안부장 검사를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근무했다.
202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시절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친윤으로 분류되는 엄희준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같은 시기 민주당 측이 제기한 이른바 '채널A 기자 검언유착 의혹'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도 수사지휘했다.

이 고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검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수원고검장으로 승진 보임됐다. 민주당과 현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으로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개청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초대 중수청장과 공소청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 고검장은 지난 4월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수사팀의 수사방식을 "매우 잘못된 수사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가 대표할 입장은 아니지만, 속죄의 말씀을 드리는 게 검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검찰의 압박수사 주장 전반에 대해서는 "그런 수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총장은 23일 기준 448일째 공석이다. 윤석열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심우정 전 총장(26기)은 2024년 9월 16일 취임했으나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찰개혁과 첫 검찰 인사를 앞둔 2025년 7월 2일 임기 9개월여 만에 퇴임했다. 이후 검찰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결과적으로 심 전 총장이 검찰청 체제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차장검사 대행 체제도 순탄치 않았다. 심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당시 대검 차장검사였던 이진동 차장검사(28기)도 동반 사직했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검찰개혁 강행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 직후 법무부가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심 전 총장은 '12·3 계엄' 부역 논란과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도 휩싸였다.
검찰총장과 차장검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이 대통령은 노만석 당시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29기)을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 임명하고 총장 직무대행 임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계속 공석으로 뒀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개청이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에 정식 총장을 임명할 실익이 없다는 게 청와대와 법무부 안팎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정식 총장을 임명할 경우 검찰청 폐지에 대한 내부 반발이 상징적 구심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여권의 경계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노만석 대행 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2025년 10월 31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선고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법리·사실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를 추진했다.
그러나 항소 시한인 11월 7일 대검 지휘부가 항소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검찰은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 외압 의혹과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되자 노 대행은 같은 달 12일 사의를 표명했고 14일 퇴임했다. 대검 차장에 보임된 지 넉 달여 만이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 인선 대신 노 대행의 퇴임 당일인 11월 14일 구자현 서울고검장(29기)을 신임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했다. 구 차장검사는 약 8개월간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조직을 이끌었으나 지난 7월 31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의를 표했다. 이후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약 두 달간 '대행의 대행'을 맡았다. 구 전 차장은 이정현 고검장의 후임 인사가 발표된 22일 사표가 수리돼 비공개 퇴임식을 가졌다.
이 차장검사는 이날부터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전환 작업을 지휘한다. 그러나 공소청 출범이 9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이 대통령은 공소청의 초대 수장인 검찰총장을 내정하지 않았다. 공소청법은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으로 두고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 차장검사가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지휘부 공백을 메우거나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월 2일부터 시행 예정인 공소청법 제6조 1항은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김승원 후보자 낙마 이후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이 더 늦어지게 되면 법무부 장관 대행 체제에서 이 차장검사를 공소청의 첫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