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한국, 연구용 300㎜ 팹은 부족…"국가 반도체 연구소 필요"

'반도체 강국' 한국, 연구용 300㎜ 팹은 부족…"국가 반도체 연구소 필요"

삼성·SK 양산팹과 달라…대학·팹리스·소부장 공동 활용 인프라 공백
"200㎜서 300㎜ 전환 때 검증 필요…파운드리 아닌 R&D 팹 구축해야"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대학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12인치(300㎜)급 반도체 연구·실증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세대 기술을 실제 양산 환경에 가깝게 검증할 국가 반도체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반도체 연구소 구축 토론회에서 "유럽의 아이멕(IMEC), 미국의 NY크리에이츠(NY Creates), 대만의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처럼 첨단 공정 인프라를 갖춘 종합 반도체 연구 거점기관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의준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SK 양산팹과 다른 '연구용 팹'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300㎜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양산을 위한 팹(공장)이라는 점이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중소기업이 새로운 소재와 장비, 소자 기술을 자유롭게 시험하는 개방형 연구시설과는 성격이 다르다.

윤 회장은 "국내 대표 공공 인프라인 나노종합기술원도 300㎜ 시설 규모가 작고 상당수 연구시설은 8인치(200㎜) 기반"이라며 "200㎜에서 개발한 기술을 300㎜ 양산 공정으로 옮기려면 별도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국가 연구소가 기업의 생산을 대신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반도체 연구를 위한 연구개발(R&D) 팹을 지어야지 파운드리를 위한 팹을 지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메모리 회로와 소자 구조, 신물질, 이종집적 패키징 연구와 소부장 테스트베드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설 구축 이후 운영비도 과제로 꼽았다. 정부가 장비와 시설을 지원한 뒤 운영비가 끊기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장기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 반도체 연구소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권서아 기자]

팹리스·소부장도 "검증할 곳 부족"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에는 연구와 양산 사이를 잇는 검증 공간이 더 절실하다.

권석준 성균관대 공대 부학장은 "소부장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양산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팹리스 역시 수백억원을 들여 칩을 설계하고도 소량 검증을 위해 국내 대형 파운드리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권 부학장은 이를 두고 "중간 단계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정부가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되 이후에는 기업 수요와 고객을 확보해 자립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차세대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진 점도 연구 인프라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출신 김학진 넥스틴 부사장은 "엔비디아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을 2년 주기로 내놓고 있고, 삼성전자도 여러 세대 제품을 동시에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산 과정에서 수율(정상품 비율) 문제가 생기면 연구 인력까지 생산 지원에 투입될 수 있어 차세대 연구가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중소 장비업체 역시 장비를 개발한 뒤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