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냉각장비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보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간 AI 서버의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급증하면서 냉각설비가 데이터센터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플랙트그룹을 앞세워 인도에 이어 한국에 생산거점을 추가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냉각장비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1일 광주사업장에서 플랙트그룹 냉난방공조(HVAC) 생산라인 착공식을 열었다.
약 2400억원을 투자해 2만1500㎡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광주사업장의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는 1989년 설립 이후 37년 만이다.
새 라인에서는 냉각수 분배장치(CDU)를 비롯해 팬월유닛(FWU), 컴퓨터룸 공기처리장치(CRAH), 공기조화기(AHU) 등을 생산한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공장, 대형 상업시설까지 겨냥한다.
플랙트가 미국과 유럽, 인도 등에서 운영하는 14개 생산시설에 이은 15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이다. 삼성은 광주를 한국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美·유럽서 아시아까지…AI 따라 냉각공장도 이동

글로벌 냉각업체들은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인프라 업체 버티브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파도바 인근 공장을 증설해 올해 말까지 유럽 지역 칠러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AI와 고밀도 컴퓨팅 인프라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아시아에서도 생산망을 넓히고 있다. 버티브는 말레이시아 조호르에 생산시설을 추가해 동남아뿐 아니라 동북아와 호주까지 대응하고 있다.
미국 캐리어 역시 지난 5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1억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와 상업시설, 핵심 인프라의 냉각 수요 증가에 대응해 인도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AI 반도체 업체와 냉각업체의 협업도 깊어지고 있다. 버티브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DSX AI 팩토리' 레퍼런스 설계에 참여해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GPU 성능과 랙당 전력밀도가 높아지면서 냉각업체가 장비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도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은 AI 서버의 발열이 추론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냉각·공조 시스템을 데이터센터 구축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기존 공랭식의 전력·공간 효율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액체냉각과 액침냉각 등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도 인도→한국…커지는 亞 냉각수요 선점

삼성의 움직임도 이 같은 글로벌 생산망 재편과 맞닿아 있다. 플랙트는 최근 인도 푸네에 새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570만유로를 투자한 1만3826㎡ 규모 시설로 연간 최대 6500대의 공조장비를 생산한다. 여기에 광주를 추가하면서 아시아 생산능력을 한층 키우는 것이다.
대형 HVAC 장비는 수요처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할 필요성도 크다. 데이터센터 규모와 서버 발열량, 건물 구조에 따라 필요한 설비가 달라지는 데다 설계와 생산, 현장 설치, 유지보수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 기존 생산기지를 둔 플랙트가 인도와 한국으로 생산망을 넓히고, 버티브와 캐리어 역시 아시아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시장 성장 속도도 빠르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이 지난 2023년 127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296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12.8% 성장하는 규모다.
액체냉각 수요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 리서치는 글로벌 액체냉각 시장이 지난 2024년 약 53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1%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고성능컴퓨팅(HPC) 서버의 열밀도가 높아지면서 CDU와 열교환기 등 관련 장비 수요가 신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기존 시설의 개조 과정에서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