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정치권에서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플랫폼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경쟁이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쿠팡과 컬리가 주도해온 시장에 네이버가 가세한 데 이어 토스와 카카오까지 뛰어들면서 빠른 배송이 플랫폼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오아시스와 커머스 전속 협력 계약을 맺고 토스쇼핑에 '오아시스마켓 전용관'을 열었다. 오아시스가 직접 매입·판매하는 신선식품 약 7000종을 토스 앱에서 주문할 수 있다. 별도 회원가입 없이 상품 탐색부터 결제, 배송조회, 고객문의까지 토스 앱에서 처리할 수 있다.
배송은 오아시스가 구축한 물류망을 활용한다. 토스는 오아시스에 약 300억원 규모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토스쇼핑이 특정 판매자에게 상시 전용 탭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도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신선식품 직매입 상품 발주·입고·재고관리부터 출고·배송·클레임 관리까지 총괄하는 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벽배송과 익일도착 보장 등 배송품질 관리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업체들이 앞다퉈 새벽배송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빠른 배송이 소비자 구매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필요한 물품을 온라인에서 주문해 빠르게 공급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품과 가격만큼 배송속도와 정확성이 고객을 묶어두는 핵심요소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벽배송은 유료멤버십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탈을 막는 '락인'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쿠팡은 와우멤버십과 로켓프레시를 결합해 새벽배송을 주요 멤버십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도 오는 11월말부터 N배송 새벽배송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전용 혜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멤버십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빠른 배송을 멤버십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업자가 늘면서 경쟁 무게중심도 단순 배송속도에서 서비스 전반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벽에 물건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만큼 상품 가짓수와 가격 경쟁력, 신선도뿐 아니라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배송하는 능력까지 재구매를 좌우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물류센터와 냉장·냉동시스템, 배송망 구축여부와 투자여력도 주요 경쟁요소로 꼽힌다.
물류망 확보 방식도 업체별로 엇갈린다. 토스처럼 기존 사업자가 구축한 물류망을 활용하면 초기 투자부담을 줄이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반면 쿠팡처럼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사업자는 주문부터 배송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벽배송 시장이 커질수록 각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비용과 배송품질을 동시에 관리하느냐가 경쟁구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경쟁범위가 플랫폼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업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현재 법안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도 점포와 기존 물류망을 활용해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 뛰어들 수 있다.
새벽배송 산업이 확장되는 것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는 야간노동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야간작업을 하루 최대 10시간으로 제한하고 야간작업 종료 뒤 최소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연속 야간작업 일수와 월별 횟수에도 상한을 두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쪽에서는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려는 논의가 진행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야간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강화가 추진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사업자가 늘어날수록 결국 각 플랫폼만의 차별화 요소가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사업자가 늘어날수록 결국 고객이 특정 플랫폼을 계속 이용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며 "독점 상품이나 차별화된 서비스뿐 아니라 상품 경쟁력과 배송 정확도, 물류 인프라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