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함정 MRO 수요 커지는데…국내 수리 선석 부족에 사업 차질 우려

해외 함정 MRO 수요 커지는데…국내 수리 선석 부족에 사업 차질 우려

캐나다 해군 호위함 부산항 정비 추진 과정서 선석 확보 난항
송옥주 “전용·공동 활용 선석 확보하고 부산항 수리조선단지 조성 앞당겨야”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해외 함정의 국내 유지·보수·운영(MRO)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수리 선석과 관련 항만 인프라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조선협력 확대와 글로벌 함정 MRO 시장 진출을 위해 전용 선석 확보와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에 따르면 ‘캐나다 함정 입항 및 항만시설 선석 사용 요청에 대한 보고’ 문건에는 외교부가 주한 캐나다대사관을 통해 캐나다 해군 호위함의 국내 입항과 항만시설 선석 사용을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함정은 5200톤급으로 길이 147m에 달한다. 당초 내달 2일부터 14일까지 13일간 부산항 감만 동측 공용부두에 접안해 수리를 진행하고 승조원 하선과 관광 등을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감만 동측 부두는 수리 목적이 아닌 화물 하역을 위한 양·적하 전용 부두라는 이유로 선석 사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고 문건은 올해 입항한 캐나다 군함 4척이 모두 해군작전사령부 백운포 부두를 이용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수리 범위 역시 외부 페인트 작업과 쿨러 정비 등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약 200명에 달하는 승조원이 하선할 경우 보안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 [사진=송옥주 의원실]

국내 기업이 MRO 사업을 위해 선석을 확보하려는 과정에서도 잇따라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우암부두의 MRO 사업 관련 선석과 부지 사용 방안이 논의됐지만 국방부의 공식 사업 요청이 아닌 민간기업 차원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협의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월에는 감천항 서방파제 선석 사용 방안이 논의됐으나 전용 사용 주체인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등과 수리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산항만공사는 캐나다 해군 호위함에 대해 감만 동측 부두 대신 북항 8부두 또는 기존 캐나다 군함 입항 사례와 같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하는 방안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당국은 해당 함정의 구체적인 수리·정비 수준이 파악되지 않았고 캐나다 해군과 사전 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해군작전사령부 백운포 부두의 선석 제공을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송 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를 통해 해외 함정 MRO 사업이 군사·보안 협의뿐 아니라 수리 선석 부족, 민간항만과 군항의 기능 분리, 사업 주체 간 일정 조정 등 복합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한미 조선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을 계기로 해외 함정의 국내 정비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함정 건조와 정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정비 작업을 수행할 선석과 보안·출입통제·통관 등 지원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해외 MRO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력과 별개로 대형 함정과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항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글로벌 MRO 시장 확대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 의원은 “정부와 관계기관이 해외 함정 입항·정비를 위한 전용 또는 공동 활용 선석을 확보하고 보안검색, 출입통제, 군 당국 협의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며 “국정과제인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 조성을 앞당기고 관련 법령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2028년 착공, 2033년 개장을 목표로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 신항 남측 가덕도 백옥포 일원에 3만톤급 이상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수리조선단지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 2월 제안서가 접수돼 사업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수리조선단지에 약 1조원, 방파제와 진입도로 등에 약 5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 계획에는 드라이독(Dry Dock) 2기와 플로팅독(Floating Dock) 1기 등 총 3기의 독(Dock), 의장안벽 3선석, 약 39만㎡ 규모의 부지와 방파제·진입도로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 수리조선 시장의 성장 전망도 관련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388억달러에서 2034년 58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선박 MRO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군 함정 MRO 관련 예산도 연간 170억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국내 수리조선 인프라 부족으로 3만톤 이상 국적 대형 선박 상당수가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상황도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해외 함정 MRO 시장 진출 확대와 국내 대형 선박 정비 수요 흡수를 위해 수리조선 시설과 전용 선석을 포함한 항만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성=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