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반도체 팹은 속도전인데 도로·용수 더디다"…41건 개선 건의

한경협 "반도체 팹은 속도전인데 도로·용수 더디다"…41건 개선 건의

용인 진입도로 공사 서두르고 용수 공급 절차도 단축 요청
원전 전력 직접 구매·못 쓴 세액공제 환급 방안도 제안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가 반도체 팹(공장) 가동에 맞춰 도로와 용수, 전력 등 기반시설을 제때 갖춰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21일 한경협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로봇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기업 의견을 모아 정책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 등에 전달했다. 반도체가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바이오 9건, 배터리 4건, 로봇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권서아 기자]

용인 진입도로 공사 서두르고 용수 공급도 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도로와 용수, 전력 등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을 빨리 갖춰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첫 번째 팹(Y1)은 내년 2월 클린룸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 진입도로인 국가지원지방도 57호선 원삼~마평 구간 개량공사는 국토교통부 고시가 다음달 이후로 예정돼 있다.

첫 번째 팹에 오가는 자재 운반 차량과 두 번째 팹(Y2) 공사 차량이 겹치면 주변 교통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협은 해당 도로 사업이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만큼 정부 계획에 반영하고 고시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용수 공급 절차도 줄여야 한다고 봤다.

하루 3만5000톤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사업을 시작한 뒤 실제 착공까지 42개월이 걸렸다. 이 가운데 타당성 조사에만 15개월이 소요됐다.

한경협은 첨단산업 기반시설에는 별도 특례를 적용해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줄여 달라고 했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의 국비 지원 대상에 하수재이용시설을 포함해 기업 부담도 낮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력 분야에서는 원전 등 무탄소전력을 기업이 직접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했다.

현재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사는 전력구매계약(PPA)은 재생에너지로 제한돼 있다.

한경협은 원전 등 무탄소전력도 단계적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적자 기업도 세액공제 혜택 받게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세액공제를 실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현재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해 세액공제 대상이 되더라도 적자로 낼 법인세가 없으면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경협은 쓰지 못한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미리 돌려받거나 다른 곳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사용하지 못한 세액공제를 이월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안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세포치료제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등의 초기 시험생산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가 학습하는 데 필요한 영상·음성 원본 데이터를 안전한 실증구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보유한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을 대기업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전체 41건 가운데 20건은 법을 고치지 않고도 정부가 검토하거나 추진할 수 있다. 나머지 21건은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권혁민 한경협 성장전략실장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판단과 실행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