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추석 연휴 기간 119구급대가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한 채 현장에 30분 넘게 머문 사례가 최근 3년 사이 하루 평균 약 3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송환자는 오히려 감소했지만 장시간 현장체류는 크게 늘어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대한 정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뒤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 30분을 초과한 사례는 2023년 추석 연휴 621건에서 2024년 1,107건, 2025년 2,142건으로 증가했다.
연휴 기간 차이를 반영한 하루 평균으로 보면 2023년 103.5건에서 2024년 221.4건, 2025년 306.0건으로 늘었다. 2025년 하루 평균 발생 건수는 2023년보다 195.7% 증가해 약 3배 수준이다.
현장체류시간 유효자료 가운데 30분 초과 사례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1.82%에서 2024년 4.53%, 2025년 5.91%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이송환자는 2023년 5,772.2명에서 2025년 5,186.0명으로 감소했다. 전체 이송환자 증가만으로 장시간 현장체류 사례가 늘어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1시간 이상 현장체류도 하루 평균 3배 증가
장시간 현장체류는 1시간 이상 구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시간 이상 현장에 머문 사례는 2023년 85건에서 2024년 144건, 2025년 298건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2023년 14.2건에서 2025년 42.6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2시간을 초과해 현장에 체류한 사례도 2023년 18건, 2024년 13건, 2025년 24건으로 최근 3년간 모두 55건에 달했다.
분석 기간은 2023년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6일, 2024년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2025년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이다.
현장체류시간에는 환자 상태 평가와 응급처치뿐 아니라 이송병원 선정, 보호자 대응, 현장 안전조치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현장체류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병원 수용 거부나 병원 선정 지연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장시간 현장체류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개별 환자의 이송 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통계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 병원 12곳 연락해도 이송 못해…반복되는 ‘응급실 찾기’
병원 선정과 수용이 지연되는 사이 환자 상태가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른 사례도 잇따라 발생했다.
2025년 12월 부산에서는 의식을 잃은 10세 여아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대가 부산·경남지역 의료기관 12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이송할 병원을 찾는 데 약 80분이 걸린 것으로 보도됐다. 환자는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졌으며 이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10월 부산에서도 경련 증세를 보인 고등학생을 이송하기 위해 구급대가 부산·경남지역 병원 9곳에 14차례 수용을 요청했으나 병원을 찾지 못했고, 학생이 구급차 안에서 숨진 사례가 보도됐다.
2024년에도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응급환자의 병원 선정 지연 사례를 공개했다. 당시 서울에서 쓰러진 40대 환자의 병원 수용을 위해 여러 의료기관에 연락했으나 이송할 병원을 확보하지 못해 환자가 숨진 사례 등이 제시됐다.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한 17세 여학생 사망 사건은 정부 조사와 행정처분으로도 이어졌다. 추락 사고를 당한 학생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료기관에 수용을 요청했지만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숨졌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관련 의료기관을 조사해 일부 기관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사례들은 개별 환자에 대해 구급대가 어느 병원에 몇 차례 연락했는지, 의료기관이 어떤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병원 선정까지 얼마나 걸렸으며 최종적으로 어떤 진료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연계해 관리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수용곤란 이유가 ‘전문의 부족’인지 ‘병상 부족’인지 통계 없어
소방청은 병원 선정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수용 가능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수용곤란 여부와 구체적인 사유를 환자별로 기록·관리하는 통계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초 의료기관에 도착한 뒤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옮겨진 재이송 현황도 별도 통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현재 자료만으로는 △수용곤란 통보를 받은 환자 수 △환자별 의료기관 연락 횟수 △의료기관별 수용곤란 건수 △전문의·수술·병상·장비 등 구체적인 수용곤란 사유 △병원 선정 소요시간 △최초 병원 도착 이후 재이송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3년간 추석 연휴에 발생한 2시간 초과 현장체류 55건 가운데 실제 병원 선정 지연이 원인이었던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이 과정에서 심정지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는지도 현행 통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19종합상황실은 재난 상황의 접수·처리뿐 아니라 진행 상황과 피해 현황, 구조·지원 활동 등을 파악하고 기록·통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소방청-복지부 정보 단절 해소해야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는 소방청과 보건복지부·의료기관의 역할이 맞물려 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부터 현장 출동, 환자 평가와 응급처치, 이송병원 선정과 병원 출발, 최종 이송까지 병원 전 단계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반면 의료기관과 보건당국은 전문의와 수술 가능 여부, 병상과 중환자실 가용 여부 등 실제 진료 여건과 병원 도착 이후 치료 결과에 관한 정보를 관리한다.
119구급 관련 법령에서도 ‘구급’을 응급환자에 대한 상담·응급처치·이송 등의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급대가 어느 의료기관에 언제 연락했고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부터 최종적으로 어느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됐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관 간 정보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의료 사유를 구급대원이 직접 판단하거나 별도로 입력하도록 해 현장 업무 부담을 늘리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이 입력한 전문의 부재, 응급수술 불가, 병상·중환자실 부족, 의료장비 문제, 배후진료 불가 등의 정보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정보망과 119상황관리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계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환자별 의료기관 연락 횟수와 병원 선정시간, 수용곤란 사유, 타 지역 이송 및 재이송 결과 등이 축적되면 반복적으로 병원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시간대, 진료과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선정 지연이 주된 원인으로 확인되면 119상황관리 인력과 실시간 의료기관 수용정보 연계를 강화하고 전문의·수술·병상 부족이 원인이라면 해당 지역과 시간대에 필요한 의료자원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분화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119 구급수요 증가에 대비해 현장 대응과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강화하고 병원 선정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석 연휴 구급출동은 평시보다 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병훈 의원은 “응급환자의 생명에는 소방청이 담당하는 병원 전 단계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병원 단계의 경계가 있을 수 없다”며 “현재도 기관 간 협조가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별 이송과 진료 정보가 통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현장체류가 왜 길어졌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체류 사유를 파악하는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병원 선정, 전문의, 수술, 병상, 현장 처치 중 어느 지점에서 시간이 지연되는지 파악해야 정부가 필요한 의료·이송자원을 정확히 보강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구급대원에게 의료적 판단과 입력 업무를 추가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입력한 수용정보를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추석 비상근무에 그치지 말고 평상시부터 신고 접수에서 최종 진료까지 응급환자의 전 과정을 단절 없이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