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고려아연이 아연정광 제련수수료(TC)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압박을 구리와 황산, 게르마늄 등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로 방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력인 아연 제련사업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20여종의 금속과 소재를 생산하는 복합제련 경쟁력이 실적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연정광 TC 하락에 따른 고려아연의 마진 압박이 오는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구리와 황산의 수익성 개선, 게르마늄 등 핵심광물의 전략적 가치 상승이 제련 부문의 부진을 완충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등 기초금속뿐 아니라 금·은 등 귀금속과 인듐·안티모니·게르마늄 등 희소금속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원료 확보 단계에서부터 아연정광 등에 포함된 여러 유가금속의 가치를 따져 수익성 중심으로 원료를 구성하고, 제련 과정에서는 각 광물의 회수율을 높이는 복합제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최윤범 회장이 추진해온 핵심광물 사업 확대와 맞닿아 있다. 특정 금속의 가격이나 제련수수료에 실적이 좌우되는 위험을 낮추고, 하나의 원료에서 여러 금속과 부산물을 회수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아연 시장은 공급 과잉에도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이 연초보다 20% 이상 상승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아연 재고는 15만6000톤 수준까지 늘었지만, LME에서 실제 거래할 수 있는 가용 재고는 연초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전체 물량은 충분했지만 필요한 지역에서 즉시 거래할 수 있는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문제는 아연 가격 상승이 제련사의 이익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수입 아연정광의 스팟 TC는 톤당 마이너스 10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 제련사가 광산업체로부터 받는 가공 수수료가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갈 만큼 원료 확보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은 중국 제련소들이 감산에 나서고 아연정광 수급이 개선돼 TC가 반등하기 전까지 일반 제련사의 수익성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려아연의 첫 번째 방어막으로는 구리가 꼽힌다. 현재 거래소 구리 재고의 71.7%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집중돼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구리 물량이 미국으로 미리 유입된 결과다.
반면 LME의 가용 구리 재고는 약 9만톤으로 세계 소비량의 1.2일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재고의 지역 편중으로 LME 구리 가격은 전년보다 51% 상승했다. 구리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마진 감소분을 구리 판매 수익으로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아연과 연의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황산도 수익성 방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산 황산의 칠레 수입량이 0톤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황산 가격이 상승했다.
황산을 구매해야 하는 습식제련업체에는 원가 부담이지만, 제련 과정에서 황산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에는 수익성 개선 요인이다. 고려아연의 올해 상반기 황산 매출총이익률은 약 10%로 과거 2~3% 수준보다 높아졌다. 황산이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연 제련사업의 부진을 보완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게르마늄 등 핵심광물은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중국이 2023년 8월 게르마늄과 갈륨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주요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분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도 핵심광물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서 추진하는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구리·황산·게르마늄으로 수익성 공백을 메울 수 있고, 미국의 비축 전략은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라며 "여기에 귀금속 가격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추가적인 실적 개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관련 불확실성은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감사위원이 참석 의결권의 81.8%를 얻어 선임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현 경영진 측 12명과 영풍·MBK파트너스 측 7명으로 재편됐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