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임신 중지 약물 '미프진'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내국인 대상 임상없이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미프진은 이미 해외 10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처방 방법은 각국의 제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내 도입 시 처방·관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한국 여성 대상 가교시험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가교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며 "미프진은 1988년부터 일본, 유럽, 미국 등 약 100개국 다양한 인종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을 통해 '가교시험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가교 임상시험은 다른 나라에서 승인·사용된 의약품을 자국에 도입할 때, 인종·유전·식습관 등 민족적 요인에 따른 약물 반응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국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로 시행하는 소규모 임상시험이다. 전체 임상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고 기존 해외 데이터를 활용하되 자국민에게 필요한 부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국내에서 가교 임상을 하지 않는 예외 조항에 임신 중지 약물이 해당하지 않다"며 "가교 임상을 통해 임신 중지 약물이 한국인의 체질이나 유전적 특성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프진은 100개국에 도입돼 있다. 미프진은 임신중지 약물을 대표하는 관용어처럼 쓰이지만,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 단일제를 말하고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성분 단일제와 미소프로스톨 성분 단일제를 패키지로 묶은 제품을 말한다.
국내에 도입되는 의약품은 패키지 제품이다. 임신 12주 미만의 경우 미페프리스톤 200mg을 경구 복용한 뒤 1~2일 후에 미소프로스톨 800mcg을 질·설하·볼점막 중 한 경로로 투여한다.
다만 임신 중지의 시기도 다르기에 복용 시기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임신 9주 이하를 대상으로 할 방침이다. 이에 비해 프랑스와 독일은 상한을 14주로, 스웨덴은 18주로 정했다. 네덜란드는 두 명의 의사가 임신 지속이 임신 중단보다 여성의 건강에 더 큰 위험이 된다고 합의할 경우 24주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처방 방식도 다르다. 일본은 법에 따라 지정된 의사만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도록 하는 지정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프랑스와 영국은 의료기관 방문 없이 원격진료를 통한 임신 중지가 가능하다. 약은 약국을 통하거나 우편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중 우편 배송을 통한 원격진료 제공을 임시 허용한 데 이어, 대면 조제 요건은 2023년에 영구적으로 폐지했다. 특히 미국은 연방제이다 보니 주마다 규정 차이가 크다.
이처럼 각국마다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임신 중지가 단순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 법적·문화적 인식이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유럽 내에서도 폴란드나 이탈리아는 지금도 임신 중지가 자체가 어려운 편이다. 이에 지난 2024년 3월 프랑스 의회가 세계 최초로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안전성은 입증된 의약품이지만, 임신 중지에 대한 윤리적 이슈로 인해 정치적, 종교적 문제까지 얽혀 각 국가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