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국내 판권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기존 총판인 조이웍스와 미국 본사 데커스브랜즈가 계약해지 적법성을 두고 국제중재를 진행중인 가운데 데커스가 이랜드를 새로운 국내 유통사로 선정하면서 기존 총판이 투자하고 개척한 시장가치를 어떻게 보호할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조이웍스는 2018년부터 8년간 국내에서 호카를 유통해왔다. 호카 관련 인력은 사업초기 5명에서 지난해 140명까지 늘었고 2021년 첫 매장을 연 뒤 현재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이웍스 매출은 2022년 228억원에서 2024년 820억원으로 증가했다.
조이웍스가 호카 국내 사업을 키워가던 중 지난해 말 조성환 전 대표 폭행사건이 불거지면서 데커스와 갈등이 본격화했다. 당시 조 전 대표는 거래처 관계자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데커스는 이 사건이 브랜드 윤리기준과 파트너십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국내 유통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폭행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건경위가 왜곡됐고 이를 계약해지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조이웍스는 올초 데커스로부터 유통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뒤 해지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를 신청했다.
ICDR은 지난 5월 데커스가 국내 신규 유통사를 선임하지 못하도록 임시조치를 내렸고 6월에도 본안 판단전까지 조이웍스 사업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판단을 내렸다. ICDR 최종 중재판정은 당사자에게 법적구속력을 가지며 아직 최종판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이웍스와 데커스간 계약종료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데커스는 지난 8월 이랜드를 호카의 새로운 한국 공식 유통사로 선정했다. 다만 신규계약 발효시점과 사업전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이웍스 임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랜드에 국제중재 진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중재결과 조이웍스 권리가 인정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련 위험에 대비한 계약상 조항이 있는지 등을 공개 질의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제중재는 데커스와 조이웍스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이랜드는 데커스와 새로운 사업자로 계약한 만큼 중재결과를 예단하거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재결과에 따라 조이웍스 권리가 인정될 경우 대응방안이나 계약상 손해배상·면책조항 등에 대해서는 "계약내용은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조이웍스와 데커스가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현재 호카사업을 위한 인력채용과 상품관련 논의를 진행중이다. 실제 사업전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호카를 둘러싼 조이웍스와 이랜드, 데커스간 3각 구도는 해외브랜드와 국내 유통사간 판권계약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보여준다.
해외브랜드는 한국시장 진출초기 현지 유통사를 통해 시장성을 확인하고 국내사업자는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 판권을 확보해 유통망과 고객기반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브랜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이후다. 업계에서는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해외본사가 최소 구매금액이나 출점 확대 등 요구하는 투자 규모를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본다.
자금력과 유통망이 제한적인 중소유통사로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해외본사는 직접 진출하거나 더 큰 투자여력을 갖춘 사업자로 파트너를 교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유통사가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고객기반에 투자한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지는 별도 문제로 남는다.
조이웍스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해외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시장을 키운 뒤 판권이 대기업으로 넘어가고 다시 글로벌 본사가 직접 진출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기존 유통사의 시장개척 성과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랜드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랜드는 2008년부터 뉴발란스 국내사업을 맡아 연매출 약 250억원 수준이던 브랜드를 1조원대까지 키웠다.
하지만 뉴발란스 본사가 내년부터 직접 한국법인을 설립해 국내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이랜드와 뉴발란스간 계약은 2030년까지 이어져 현재 역할분담을 협의중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조이웍스와 이랜드 모두 각자 입장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판권분쟁이 조이웍스 존속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갈등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