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 간편결제사가 쌓아둔 선불충전금이 1조원에 육박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운용수익은 가입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들 간편결제사의 직접 이자 지급은 막고 제휴 금융회사 계좌를 통한 우회로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간편지급 시장이 3년 새 45% 커지는 동안 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소비자 돈으로 발생한 이익을 페이사가 누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간편 지급·송금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지급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액은 1조226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8451억원) 대비 45.1% 급증했다.
간편지급 서비스 제공자에는 대표적으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가 있다. 올해 상반기 전자금융업자의 하루 평균 간편지급 이용액은 6800억3000만원으로 전체의 55.4%를 차지했다. 지난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의 온오프라인 연간 간편 결제금액은 106조3000억원에 달한다.
간편결제사는 이용자가 미리 충전한 선불금을 은행 등에 별도 보관한다. 선불충전금을 이용한 결제는 신용카드 연동 결제와 달리 카드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페이사 입장에서는 충전금을 늘릴 유인이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용자가 맡겨둔 선불충전금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990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소비자의 돈'인 선불충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 운용수익이 이용자에게 돌아갈 통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은행의 경우 고객이 맡긴 예금을 운용하는 대가로 약정한 이자를 지급한다. 반면 선불충전금은 예금이 아닌 결제를 위해 미리 지급한 돈으로 페이사가 이자를 줄 의무는 없다. 금융당국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충전금 100%를 별도 관리하도록 하면서도 운용수익의 이용자 환원 원칙은 마련하지 않아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이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자나 포인트를 돌려주며 경쟁하자 '유사수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제동을 걸었다.
유사수신이란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핀테크는 은행·저축은행과 같은 수신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충전금에 약정된 이자를 직접 지급할 경우 유사수신 규제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후 내놓은 해법은 페이사가 직접 이자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은행 계좌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금융위는 2024년 '선불전자지급수단-은행 통장 간 연계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금융소비자의 미사용 선불충전금을 제휴 은행 통장에 보관하고 은행이 해당 금액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그친다. 이자를 받으려는 소비자는 해당 페이사와 제휴한 금융회사의 계좌를 별도로 보유해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를 통해서만 이자를 지급한다. 네이버페이도 제휴한 신한은행·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선불금과 예금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금융회사 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이용자는 같은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고도 충전금에 대한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홍보도 부족하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 이용자가 별도로 찾아 가입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 20대 직장인 A 씨는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페이사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 B씨도 "미리 넣어둔 충전(페이) 머니에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듣는다"고 했다.
선불충전금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해당 수익의 귀속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제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 최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선불결제 관련 법안 발의 논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법률 개정에 대해서는 정부 검토가 필요해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자뿐만 아니라 선불전자지급 수단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