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벗기고 5시간"…이마트가 키운 '반건조 생선' [현장]

"비늘 벗기고 5시간"…이마트가 키운 '반건조 생선' [현장]

말리면 끝 아니다…비닐·내장제거→냉풍건조→급냉
제수용 넘어 일상식…반건조생선 매출 5년새 2배 '쑥'
2001년부터 다미원서 전량생산…지역주민 40명 고용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지난 15일 경남 사천시 다미원 삼천포 공장. 작업장에 들어서자 비릿한 바다냄새와 함께 작업대 위에 수북이 쌓인 부세조기가 눈에 들어왔다. 추석 제수용 반건조 생선으로 가공될 원물이었다.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부세조기 비늘 70~80%를 벗겨내자 작업자들은 남은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일일이 하나씩 손으로 제거했다. 제수용 생선 특성상 모양을 온전히 유지해야 하는 만큼 작업자들은 배를 가르지 않고 대신 아가미 사이로 손을 넣어 내장을 빼냈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다미원 삼천포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부세조기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손질을 마친 생선은 두 차례 세척을 거쳐 건조대로 옮겨졌다. 흔히 생선을 눕히거나 매달아 건조하는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는 머리가 아래쪽을 향하도록 비스듬히 세웠다. 뱃속과 아가미 등에 남은 물기를 최대한 빼기 위한 다미원만의 방식이다.

건조대에 놓은 생선은 냉풍건조실로 들어간다. 어종과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5시간이상 바람을 맞는다. 건조가 끝났다고 바로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선은 다시 영하 30동이하 급냉실로 이동한다.

꽁꽁 얼어붙은 부세조기가 트레이에 담겨 포장실로 들어오자 작업자들 손길이 다시 바빠졌다. 한 마리씩 외관을 살펴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골라내고 중량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금속검출기를 통과한 제품만 포장돼 출고를 기다렸다.

건조 중인 부세조기. [사진=구서윤 기자]

겉으로 보기에는 생선을 적당히 말리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상품마다 건조 정도를 일정하게 맞추는 게 핵심이다. 수분을 지나치게 빼면 살이 딱딱해지고 반대로 덜 말리면 반건조 특유 쫀득한 식감을 살리기 어렵다.

김광명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반건조 생선은 단순히 말리면 되는 상품처럼 보이지만 어종과 크기마다 적정 건조 정도가 모두 다르다"며 "수율이 어느 정도일 때 식감이 좋은지 얼마나 말려야 쫀득한지를 맞춰 균일한 상품을 연중 공급하는 데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쉼 없이 돌아가는 생산라인은 달라진 반건조 생선 소비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과거 반건조 생선은 조기 등 명절 제수용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코다리와 고등어, 오징어, 장문볼락 등 평소 식탁에 올리는 어종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작업자들이 급냉된 부세조기의 상태와 중량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반건조 생선은 내장을 제거한 뒤 일정시간 건조해 수분을 적당히 뺀 상품이다. 소비자가 별도로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적고 조리도 간편하다. 생물보다 살이 쉽게 부서지지 않는 데다 수분이 빠지면서 쫀득한 식감과 감칠맛이 살아나는 것도 장점이다.

판매실적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 반건조 생선 매출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과 비교하면 2배이상 커졌다.

명절수요도 여전히 탄탄하다. 올해 설 이마트 반건조 생선 매출은 직전년 설보다 약 6% 증가했다. 지난해 선보인 '반건조 백조기 20미'는 올해 설 매출이 약 45% 뛰었다.

가격 경쟁력도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반건조 백조기는 생물조기보다 약 20% 저렴하다. 생물은 당일 조업량에 따라 산지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반면 반건조 상품은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낮을 때 원물을 대량 확보해 냉동·비축할 수 있다.

가격변동 위험을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추석선물세트 3종. [사진=구서윤 기자]

이마트는 올해 추석 반건조 선물세트 준비물량을 전년보다 약 35% 늘렸다. 행사카드 결제기준 '반건조 가자미세트'는 8만820원, 참돔 1미·민어 2미·백조기 2미로 구성된 '반건조 한상차림'은 7만9200원에 판매한다.

수요는 예상보다 컸다. 통상 추석용 물량생산을 마쳤어야 할 시점이지만 이날 공장에서는 부세조기 추가생산이 한창이었다.

김 바이어는 "예상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 물량이 부족해 추가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굴비 선물세트가 현상 유지라면 반건조 세트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반건조 생선은 모두 다미원이 생산한다. 다미원은 2001년부터 이마트·신세계와 거래해온 장기 협력사다. 현재 오프라인 유통망에서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다미원 매출에서 이마트·신세계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이마트만 놓고 보면 약 70%에 달한다.

손질을 앞둔 참가자미. [사진=구서윤 기자]

삼천포 공장 규모도 커졌다. 대지 6676㎡에 건물 2개동, 연면적 3385㎡ 규모로 지난해 2공장을 증축했다. 현재 공장에서는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약 40명이 근무한다. 생산·영업인력 등을 합친 다미원 전체 직원은 약 60명이다.

연중 취급하는 어종은 20종 안팎이다. 같은 어종이라도 크기와 규격에 따라 상품이 나뉜다. 이마트와 신세계에 공급하는 상품코드만 약 250개에 달한다. 한달에 취급하는 수산물은 원물기준 약 200톤이다.

류순택 다미원 상무 겸 공장장은 "지방 수산물 가공공장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이마트와 꾸준히 거래하면서 연중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주민 약 40명을 고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소비패턴에 맞춰 포장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용량 박스상품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소포장과 개별 진공포장을 확대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필요한 만큼 먹고 남은 제품을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마트는 반건조 생선을 명절용 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수산물 카테고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향후 3년간 반건조 생선 매출을 현재보다 40%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사천(경남)=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