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B] '기아 디자인 혁신' 피터 슈라이어, 삼성전자에 오다

[사이드B] '기아 디자인 혁신' 피터 슈라이어, 삼성전자에 오다

'타이거 노즈'로 기아 정체성 만든 세계적 디자이너
삼성 ‘디자인 위크 2026’ 맞아 서울R&D캠퍼스 찾아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기아의 디자인 혁신을 이끈 피터 슈라이어 전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이 삼성전자에 떴습니다.

'타이거 노즈(Tiger Nose)'를 만든 사람입니다. 호랑이의 코와 입을 닮은 그릴 하나로 기아차에 공통된 얼굴을 입혔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죠.

이번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삼성전자 디자이너들 앞에 섰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피터 슈라이어 전 디자인경영담당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부터 서울R&D캠퍼스에서 '디자인 위크 2026'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18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행사로, 올해 주제는 '디자인은 사랑의 표현(Design is an Act of Love)'입니다.

슈라이어는 지난 15일 열린 디자인 특별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자그마이스터와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도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특히 슈라이어의 등장이 눈길을 끕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친 그는 2006년 기아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기아는 디자인을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핵심 수단으로 삼고 슈라이어를 영입했다고 밝혔죠.

이후 그는 호랑이의 코와 입을 형상화한 '타이거 노즈' 그릴을 앞세워 차종마다 달랐던 기아차에 일관된 얼굴을 입혔습니다. 2013년에는 기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사장 겸 디자인총괄을 맡아 그룹의 디자인을 이끌었고요.

왼쪽부터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CDO 사장과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사진=마우로 포르치니 사장 SNS]

재계에서는 슈라이어가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디자인에 부쩍 힘을 주고 있습니다. 올해 갤럭시 Z 폴드8은 기존 폴더블폰과 달리 짧고 넓은 '여권형' 비율을 채택했습니다. 실제 여권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어 접었을 때는 한 손에 잡기 편한 16대 10, 펼치면 4대 3 비율의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이달 초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에서는 폴드8을 비롯한 모바일·가전·TV 제품을 국내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해석하도록 했습니다.

포르치니 사장은 이 자리에서 "디자인은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삼성은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도 같은 주제를 내걸고 120여점의 디자인 자산과 미래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디자인 고민은 차세대 제품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안경업체 에실로룩소티카의 디자인 책임자를 서울R&D캠퍼스로 초청해 인공지능(AI) 글래스를 비롯한 스마트 안경의 미래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스마트폰을 넘어 몸에 직접 착용하는 기기로 영역이 넓어질수록 기술뿐 아니라 착용감과 형태,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도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디자인으로 기아의 얼굴을 바꾼 슈라이어가 이번에는 삼성의 젊은 디자이너들 앞에 섰습니다.

타이거 노즈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아의 얼굴을 만들었던 그의 경험이 삼성의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영감을 불어넣었을 지 궁금해집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