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미식의 세계로 출발!"
지난 17일 전북 익산 하림 퍼스트키친 영상홍보관. 구호를 외치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냄비의 문이 열렸다. 잠시 머뭇거리다 통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라면과 즉석밥, 만두부터 닭고기까지 하림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키친로드' 여정이 시작됐다.


첫 코스는 라면을 생산하는 K3 키친이다. 20분간 숙성한 반죽이 7개 롤러를 거치자 쉴 새 없이 면발이 뽑혀 나왔다. 생산라인 곳곳에서는 로봇팔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더미식 라면 제품군이 늘면서 처음 1개였던 생산라인도 유탕면 3개와 건면 2개 등 모두 5개로 확대됐다.
조금 전 눈앞에서 만들어지던 라면은 시식코너에서 바로 맛볼 수 있었다. 삼계탕면에서는 인삼과 한약재 향이 진하게 느껴졌고 유니짜장면은 고기 풍미를 살리면서도 짜장맛은 강하지 않아 담백했다. 장인라면 얼큰한맛은 마늘과 표고버섯 풍미가 어우러져 깊은 국물맛을 냈다.
K2 밥 키친에서는 선별·세척한 쌀이 취사와 포장공정을 거쳐 즉석밥으로 완성됐다. 쌀과 물만 사용하면서도 전 공정을 위생적으로 관리해 소비기한을 10개월까지 늘렸다는 게 하림측 설명이다. 일반 즉석밥보다 한달가량 긴 수준이다.



시식대에는 상표를 가린 즉석밥 세개가 놓여있었다. 제품을 모른 채 한숟갈씩 맛봤다. 유독 밥알이 덜 퍼지고 낱알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좋은 제품이 있었다. 즉석밥 특유의 향도 상대적으로 덜 느껴졌다. 정답을 확인하니 더미식 제품이었다.
퍼스트키친에서 규모가 가장 큰 K1 메인키친에서는 육수와 소스, 만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원물 채소는 입고후 12시간안에 사용하고 육류는 냉장육을 쓴다. 닭뼈 등을 최대 20시간 우려낸 육수는 라면과 만두 등 여러 제품 맛을 내는 기반으로 활용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멕시칸치킨과 더미식 김치교자, 고기육즙교자도 갓 조리해 맛봤다. 김치교자는 큼지막한 채소 사이로 칼칼한 맛이 선명했고 고기육즙교자는 베어 물자 뜨거운 육즙이 입안에 번졌다. 멕시칸치킨은 튀김맛보다 갓 익힌 닭고기의 담백한 풍미가 먼저 느껴졌다.
퍼스트키친을 나와 차로 15분가량 이동하자 닭고기 생산과정을 볼 수 있는 '치킨로드'가 나타났다. 작업장에 들어서자 내부는 어두컴컴했고 파란조명만 희미하게 비쳤다.
하림 관계자는 "도계전 닭이 놀라지 않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일부러 조도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계를 마친 닭은 물 대신 차가운 공기로 식히는 '에어칠링' 공정을 거친다. 약 41도인 닭고기 온도를 2도 안팎까지 빠르게 낮추는 방식이다. 물에 담가 냉각하지 않아 수분흡수와 풍미변화를 줄이고 교차오염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공정을 따라가다 발길이 멈춘 곳은 '발골쇼'였다. 작업자가 칼을 대자 닭 한마리가 눈 깜짝할 사이 다리와 날개, 가슴살 등 익숙한 부위로 나뉘었다. 살과 뼈가 막힘없이 떨어져 나가는 빠른 손놀림에 한동안 눈을 떼기 어려웠다.
마지막 시식대에서는 양파와 함께 조리한 닭목살과 너겟류를 맛봤다. 닭목살은 부드럽게 씹히다가 끝에 쫄깃한 식감이 남았고 너겟류에서는 익숙한 고소한 맛과 탄탄한 식감이 두드러졌다.
키친로드와 치킨로드를 합친 하림 푸드로드에는 2022년 이후 약 14만명이 다녀갔다. 치킨로드에만 평일 하루 약 200명이 찾을 정도다. 생산시설 견학부터 시식까지 무료로 운영하면서 예약경쟁도 치열하다는 게 하림측 설명이다.
라면 반죽에서 시작한 여정은 즉석밥과 만두를 거쳐 닭고기 발골까지 이어졌다. 만드는 음식은 달랐지만 공정 곳곳에서 반복되는 기준은 '신선함'이었다. 채소는 입고후 12시간안에 쓰고 냉장육을 사용하며 닭은 도계직후 차가운 공기로 빠르게 식힌다.
닭고기 회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먹거리 영역을 넒힌 하림. 푸드로드에서 만난 라면과 밥, 만두, 닭고기는 서로 다른 제품이었지만 출발점은 같았다. 원재료 신선함을 최대한 완제품까지 가져가겠다는 하림의 고집이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