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광양 3시장 한목소리…“의대 논쟁 넘어 전남광주 의료 백년대계로”

여수·순천·광양 3시장 한목소리…“의대 논쟁 넘어 전남광주 의료 백년대계로”

여수·순천·광양 3시장 한목소리…“의대 논쟁 넘어 전남광주 의료 백년대계로”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조속 설립 공동건의…지역 간 대립보다 ‘미래 의료체계’ 방점

[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국립의과대학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수·순천·광양 3개 도시가 지역 간 경쟁을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의료체계 구축에 힘을 모으자는 공동의 목소리를 냈다.

서영학 여수시장과 손훈모 순천시장, 박성현 광양시장은 17일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대학병원 설립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국립순천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여수 순천 광양시 행정협의회에서 순천대학교 의과대학.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공동건의문 발표하다 [사진=순천시 제공]

이번 공동건의는 단순히 ‘순천대 의대 유치’를 주장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후보대학 선정 이후에도 선정 절차와 의대 부지 확보 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수·순천·광양 3개 도시가 과거의 경쟁과 지역 간 논쟁에 머물기보다 앞으로 수십 년간 전남광주 지역민들이 이용할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달 30일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으로 국립순천대학교를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이후 경쟁 대학이었던 목포대를 중심으로 선정 과정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법적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여수·순천·광양 3개 시장은 공동건의문에서 이번 후보대학 선정은 두 대학에 동일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적용하고 교육시설과 대학병원의 위치·규모, 부지 확보방안과 활용 가능 시기 등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동건의문에서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선정 과정에 대한 공방보다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문제 제기다.

여수·순천·광양은 행정구역은 서로 다르지만 실제 산업과 경제, 교통, 의료생활권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국가산업단지, 광양항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규모 산업시설이 집중돼 있고 산업재해와 중증·응급환자에 대응할 고도의 의료체계가 요구되는 지역이다.

도시지역뿐 아니라 고흥·보성·구례 등 주변 농어촌지역의 의료수요까지 고려하면 동부권의 의료문제는 어느 한 도시만의 현안으로 보기 어렵다.

3개 시장 역시 공동건의문에서 여수·순천·광양이 국가산단과 항만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생활·산업권이면서 산업재해 위험과 도시·농어촌의 복합적인 의료수요를 함께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앞으로의 논의는 ‘의대를 어느 지역이 가져가느냐’에서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을 통해 어떤 의료체계를 만들 것인가’로 한 단계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립의대 하나를 만드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의료와 중증질환, 심뇌혈관질환, 외상·산재의료 등 지역에 부족한 필수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광역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순천대 의과대학이 설립된다면 여수·순천·광양의 산업적 특성을 활용해 산업의학과 직업환경의학, 응급·외상 분야 등의 교육·연구 기능을 특화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지역인재 양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지역에서 학생을 길러 의사로 양성하고, 이들이 다시 지역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국립의대 설립이 단순한 대학 정원 확대가 아니라 수십 년간 반복돼 온 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병원 설립은 의대 설립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학의 간판 하나가 아니다.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로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중증·응급·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이다.

그런 점에서 여수·순천·광양 3개 시장이 이번 공동건의문에서 의과대학뿐 아니라 ‘거점 국립대학병원’ 설립을 함께 강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정부를 향한 요구도 구체적이다.

3개 시장은 정부에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심사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는 순천대 및 관계기관과 협력해 후속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의대 개교와 대학병원 개원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구체화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번 공동건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서영학 여수시장, 손훈모 순천시장, 박성현 광양시장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수와 광양까지 함께 나서 동부권 전체의 의료문제로 접근했다.

이제 지역사회가 바라봐야 할 곳도 과거의 논쟁이 아니라 미래일 필요가 있다.

의대 후보대학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쟁점은 정해진 절차와 제도를 통해 판단하면 된다.

동시에 행정과 지역사회는 의대가 설립될 경우 어떤 대학병원을 만들 것인지, 필수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여수·순천·광양과 주변 농어촌 의료기관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국립의대는 한번 만들어지면 앞으로 수십 년, 어쩌면 100년 이상 지역 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칠 기반시설이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이겼고 어느 지역이 졌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어떤 의료환경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여수·순천·광양 3개 시장이 나란히 공동건의문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런 의미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 간 경쟁을 넘어 의료격차를 줄이고,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역에서 의사가 되고, 지역민들이 아플 때 서울로 향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 논의가 이제는 그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