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임우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1년간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조직과 감독체계를 바꿨지만 실제 금융현장에 정착시키는 단계는 아직 초기에 불과하다고 자평했다. 금융회사의 단기실적 중심 영업이 이어지고 민원·분쟁도 늘면서 제도의 실질적인 작동 여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17일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백브리핑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두고 "마라톤 40㎞를 달린다고 하면 이제 5㎞ 정도를 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방향 전환과 하드웨어 측면의 시스템·구조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해 왔다"면서도 "남은 구간에서 이를 얼마나 내실화해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숙제"라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보호 실천 결의 이후 감독·검사와 민원·분쟁조정 기능을 연계했다. 금융상품 판매 이후 피해를 구제하는 방식에서 설계·제조 단계부터 위험을 차단하는 사전예방 방식으로 감독의 무게중심도 옮겼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민원·분쟁에서 확인한 문제를 감독·검사와 제도개선에 반영한 사례는 94건이다. 민원·분쟁 처리 건수는 5만9970건에서 7만8462건으로 30.8% 증가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상품 판매 유인 구조가 소비자 이익보다 단기실적 중심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많다"며 "유인 체계를 바꿔 소비자 최선의 이익을 토대로 업무 관행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성과평가와 보상체계를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바꾸고 상품위원회와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권한을 강화할 방침이다. 상품 출시 과정에서 영업부서의 영향력이 위험관리·소비자보호 부서보다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수석부원장은 CCO에게 상품 출시 거부권을 부여해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검사에서 실제 작동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민원·분쟁 접수는 지난해 3분기 3만4628건에서 4분기 3만6889건, 올해 1분기 3만8311건, 2분기 4만668건으로 증가했다.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금감원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AI 민원포털을 도입하고 분쟁조정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금융회사에도 자체 민원처리 조직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도록 요구한다.
사전예방 정책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플랫폼인 ASAP을 통해 예방했다고 제시한 피해액 663억6000만원은 확정액이 아닌 추산치다.
금융권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ASAP을 통해 46만3000건의 정보를 공유하고 7009개 계좌를 지급정지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얼마가 인출됐을지는 알 수 없다"며 "지급정지 계좌의 금액이나 실제 인출을 요청한 금액 등을 대리변수로 삼아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량적 지표로 운영하면 숫자에 매몰돼 실질적인 효과의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며 "현장의 체감과 질적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감독도 실효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금감원은 보험사기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적발, 민원 분류, 금융회사 업무보고서 분석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AI 위험이 구체적으로 현실화한 사례가 많지 않아 기존 가이드라인도 실전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며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은 2027년 출범을 목표로 준비한다. 다만 중수청 출범에 따른 역할 분담과 사건 처리 절차는 관계기관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이 수석부원장은 "수사기관 체계 개편의 윤곽은 나오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기관 간 조정할 부분이 남아 있다"며 "중수청과 특사경의 역할 배분과 수사 처리 절차를 추가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섭 기자(coldpla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