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기택 기자] 집회 신고를 이유로 실제 집회가 열리지 않는 시간에도 도로변 현수막을 계속 게시할 수 있는지를 놓고 전북 군산시의 행정 판단이 정부의 기존 법령해석과 엇갈리고 있다.
군산시는 최근 변호사 자문을 근거로 실제 집회가 열리는 시간에만 현수막 게시가 가능하다고 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법제처와 행정안전부는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해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 또는 시간’에 한정된다는 취지의 해석을 제시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아이뉴스24는 군산 도심 곳곳에 ‘집회 신고’를 이유로 현수막이 장기간 게시돼 있으나 실제 집회가 열리지 않는 시간에도 그대로 걸려 있어 관리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군산시는 경찰에 집회 신고가 된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상 예외 조항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신고기간 내 임의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군산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
군산시가 제시한 자문의견에는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이유로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만을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적용 대상으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적법하게 집회 신고가 이뤄진 경우 실제 집회가 진행되지 않는 시간에도 현수막 게시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존 법령해석과는 차이가 있다.
법제처는 2013년 ‘13-0524’ 법령해석에서 집회 신고기간 전체가 아닌 “집회 신고기간 중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답했다.
집회 신고는 특정 일시와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신고일 뿐, 신고 자체만으로 집회가 계속 개최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제8조도 일정한 비영리 목적 광고물 가운데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허가·신고와 일부 금지·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해석은 더욱 구체적이다. 행안부는 2021년 집회 현수막 관련 질의에서 “실제 집회를 하는 시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일일 집회시간이 정해져 있을 경우 실제 집회시간 외에 설치돼 있는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2024년 4월 노동조합 현수막 제거와 관련한 형사사건에서 집회 현수막은 실제 집회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판단은 개별 형사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법제처나 행안부의 행정해석과는 성격이 다르다.
결국 군산시가 받은 변호사 자문과 법제처·행정안전부의 기존 해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발생한 셈이다.
개별 변호사의 법률자문이나 법제처의 법령해석 모두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자체가 불법 옥외광고물 단속이라는 행정권을 집행하면서 소관 중앙부처의 반복된 해석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면 그 법적 근거와 관리 기준을 시민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집회 신고만으로 실제 집회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현수막을 장기간 게시할 수 있게 될 경우 ‘집회 신고’가 일반 현수막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집회·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행정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에 아이뉴스24가 군산시 관계자에게 법제처의 2013년 법령해석과 행정안전부의 2021년 회신, 관련 법원 판단 등을 제시하며 “어떤 법적 근거로 실제 집회가 없는 시간까지 현수막 게시를 인정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설명 대신 “해당 내용을 다시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집회·표현의 자유 보장과 불법 광고물 관리는 모두 행정기관이 지켜야 할 영역이다. 하지만 같은 법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해석이 엇갈릴 경우 그 혼선은 시민은 물론 현장 단속 공무원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집회 신고기간’이 기준인지, ‘실제 집회가 열리는 시간’이 기준인지 군산시가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관리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북=임기택 기자(limgt74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