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기다릴 이유 없다"…대기업 인사도 '상시 평가' 시대

"연말까지 기다릴 이유 없다"…대기업 인사도 '상시 평가' 시대

삼성·LG·SK, 10월 AX 성과 본격 평가…11월 초중순 조기인사 가능성
실적·AI 업무혁신 성과 주요 잣대…주요 경영진 거취 관심
한화·신세계 등도 인사 앞당겨…정기인사 넘어 수시인사 확산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과 LG, SK 등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이 임원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통상 11월 말~12월 초 이뤄지던 정기인사가 올해는 11월 초·중순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인사에서는 단순히 생성형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AI로 기존 업무 방식을 바꾸고 생산성과 실적을 얼마나 높였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보직 변화와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주요 그룹들이 연중 수시 인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챗GPT]

1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은 오는 10월부터 AX 성과를 포함한 임원 평가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평가는 연중 이뤄지지만 통상 10월부터 실적과 조직 운영 성과를 종합해 차기 보직과 승진 여부를 검토한다. 올해는 AI를 실제 사업과 업무에 적용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의사결정 속도와 생산성을 높인 성과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연중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든 인사가 날 수 있다"며 "특히 해당 사업이나 회사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최고위층에서 판단하면 정기인사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 DS 인사 주목…LG는 안정, SK는 승진 여부 관심

올해 삼성전자에서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인사가 관심사다.

현재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메모리사업부장을 맡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메모리 사업의 실적 회복도 뒷받침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SK하이닉스(25%)와 격차는 13%포인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5%에서 올해 2분기 33%로 상승했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을 당분간 계속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 반도체가 HBM 경쟁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던 2024년 5월 DS부문장에 투입된 뒤 D램 시장 1위를 되찾고 HBM에서도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도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영진으로 꼽힌다. 한 사장은 지난해 말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은 뒤 대형 고객사 수주 등 사업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DX부문의 실적 부진이 변수다. DX부문이 올해 AX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관련 성과가 인사 평가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이다.

계열사에서는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SDI 지휘봉을 잡은 최주선 사장도 실적 회복 성과를 냈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LG그룹도 큰 폭의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LG전자는 지난해 류재철 사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유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SK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곽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은 지난해에도 제기됐지만 실제 승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도 SK하이닉스가 HBM을 중심으로 높은 실적을 이어가면서 사내외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7월에도 CEO 바꾼다…재계서 빨라지는 ‘인사 시계’

주요 그룹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는 흐름은 이미 재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기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할 경우 연중 경영진을 교체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7월 말 주요 경영진 승진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5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연말까지 수개월을 남겨두고 대규모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전년보다 한 달가량 빨랐다. 당시 신세계는 당면 과제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한발 앞서 준비하기 위해 조기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도 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 CEO를 먼저 교체한 뒤 약 한 달 뒤 후속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새 CEO가 단기 사업계획과 중기 전략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도록 CEO 인사와 임원인사를 분리했다.

롯데그룹은 연말 정기 임원인사 중심의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했다. 성과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임원을 영입하거나 교체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AX가 기업 경쟁력과 업무 생산성을 가르는 핵심 과제로 자리 잡으면서 인사 평가 방식과 시기도 함께 바뀌고 있다. 올해 삼성·LG·SK의 정기인사가 실제로 얼마나 앞당겨질지, AI 성과가 주요 경영진의 승진과 유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