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합작 울타리 벗는 K배터리⋯북미 공장 '독자경영' 승부

완성차 합작 울타리 벗는 K배터리⋯북미 공장 '독자경영' 승부

LG엔솔 랜싱·윈저, 삼성SDI 뉴칼라일·SK온 스탠턴 단독 전환
EV 중심 구상서 ESS·복수 고객으로⋯유연성 커졌지만 가동률 부담도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서 완성차 업체와 함께 추진했던 배터리 공장을 잇달아 단독 소유·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특정 완성차 고객의 전기차 생산 계획에 맞추고 투자 부담을 나눠 갖던 합작 모델에서 벗어나 생산 품목과 고객을 직접 결정하는 구조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수요처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엔솔, 랜싱·윈저 단독 전환...ESS 매출 4.6배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으로 건설하던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인수해 단독 생산거점으로 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랜싱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법인은 지난해 5월 얼티엄셀즈 3공장 관련 자산을 21억5400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 본격 가동에 들어간 랜싱 공장은 연간 3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전기차용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생산한다.

회사는 랜싱·홀랜드·윈저 등 단독 공장 3곳과 오하이오·테네시 합작공장을 활용해 연말 북미 ESS용 LFP 생산 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전경 [사진=넥스트스타 에너지 링크드인 캡처]

캐나다 윈저의 넥스트스타 에너지도 지난 3월 스텔란티스 지분 4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연간 최대 49.5GWh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ESS 수요에 함께 대응한다.

ESS 확대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배 늘었고 전체 매출 비중도 20%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상반기 신규 수주도 3조원을 넘어섰다.

삼성SDI, 뉴칼라일 첫 생산품 ESS로

삼성SDI는 지난달 GM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설립한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의 GM 지분 49.99%를 인수해 북미 첫 단독 배터리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삼성SDI가 GM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건설중인 합작법인 시너지셀즈 전경. [사진=WSBT]

당초 양사는 약 35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2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향후 36GWh까지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서 삼성SDI는 공장 완공 이후 첫 생산 품목을 ESS용 배터리로 정했다. 특정 완성차 고객을 위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품목을 조정할 수 있는 독자 거점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삼성SDI는 향후 GM과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각형 배터리를 이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ESS와 AI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는 실적 회복에도 힘을 보탰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 3조7688억원과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배터리 부문의 매출은 3조5190억원, 영업이익은 1593억원이었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 '프리즘스택'. [사진=삼성SDI]

SK온, 테네시 독자 운영...연 5000억원 비용 절감

SK온은 포드와 운영하던 블루오벌SK를 재편해 지난 5월 미국 테네시주 스탠턴 공장을 단독 소유·운영하는 'SK온 테네시'로 전환했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 2곳을,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각각 맡는 방식이다.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은 이번 구조 재편으로 연간 약 3000억원의 감가상각비와 20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독 운영을 통해 고객과 생산 품목을 정하는 의사결정 속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올해 2분기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매출 2조9460억원과 영업이익 8218억원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약 1조1700억원 개선돼 2021년 분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증가가 실적 개선에 함께 반영됐다.

SK온 인터배터리 2026 전시관 내 ESS 제품 [사진=권서아 기자]

독자경영, 유연성 얻었지만 '가동률'은 숙제

합작공장의 단독 전환은 배터리사가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 품목과 고객을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부진하면 ESS용 제품을 생산하거나 다른 완성차·에너지 기업의 물량을 유치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생산망을 전기차 중심에서 ESS로 넓히고 있고 삼성SDI도 뉴칼라일 공장의 첫 제품을 ESS용 배터리로 변경했다. SK온 역시 단독 운영을 통해 시장 변화에 맞춘 의사결정 기반을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ESS 생산공장 현황.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반면 합작 파트너와 나눴던 투자·운영 부담은 배터리사가 직접 떠안아야 한다. 단독 공장을 채울 추가 고객과 물량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가동률이 낮으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결국 독자경영의 성패는 확보한 생산 유연성을 신규 수주로 연결하고 공장 가동률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 북미 생산시설이 전기차에 집중됐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ESS와 AI 데이터센터, 복수 고객을 아우르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북미 배터리 시장이 전기차 중심에서 ESS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며 “합작 해소는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가동률 관리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SK온 인터배터리 2026 전시관 내 ESS 제품 [사진=SK온]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