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미프진 논란 속 도입 결정⋯갈등 봉합 여전한 과제

'임신중지약' 미프진 논란 속 도입 결정⋯갈등 봉합 여전한 과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첫 제도 개선 논란
여성단체 "신속한 허가 촉구" VS 종교·의학계 "후속 입법 선행"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정식으로 추진하기로 하자 여성단체와 의료·종교계의 입장이 또다시 엇갈리고 있다. 오랜 논쟁인만큼 정부가 갈등을 봉합할 방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성평등가족부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국정과제이자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 검토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돼 온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도입·관리함으로써 여성의 안전·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임신중지 약물의 수입품목 허가가 모자보건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나오면서 힘이 실렸다.

2019년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뒤 후속 입법과 공식 의료지침이 없어 관련 논의가 정체된 지 7년 만의 일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신속한 허가를 촉구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전날(15일) 낸 성명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미프진을 신속히 허가하고, 이와 동시에 국회가 임신중지 관련 법과 의료체계를 조속히 정비하는 것"이라며 "태아의 생명이라는 가치만을 절대화해 여성의 생명, 건강, 자기결정권을 지워버리는 것은 생명 존중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계·종교계에서는 후속 입법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섣불리 도입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건강한여성재단 인공임신중절위원회는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입의 순서와 조건을 바로 세우자는 요구"라며 "이는 안전한 진료 접근성과 부작용 관리체계를 먼저 확보해야 여성의 건강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된다는 의학적 판단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도 전날 낸 성명에서 "태아를 죽이고, 자궁을 강하게 수축하는 약물을 통해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몸은 파괴돼 난임이나 불임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며 "국민 생명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편향된 이념에 매몰돼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회 입법권조차 무시하고 급하게 낙태 약물을 허가하는 것을 즉각 중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성평등부는 임신중지 약물이 허용되면 제도화에 따라 사용 실태 파악과 안전한 약물 사용, 사후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지연되면서 여성의 건강·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수입품목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 임신중지 약물은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임신 63일(9주) 이내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식약처는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성·효과·품질과 의약품 위해성 관리계획 등 허가 신청 자료를 철저히 심사해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약물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관리하고, 부작용 및 안전성 검토 등을 거쳐 점진적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번에 정부가 정식으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한 만큼 국가의료체계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