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지어놓고 사업이 끝난 뒤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한다면 성공한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구 북구에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행정이 만들어준 시설에 머무는 대신 주민들이 직접 카페와 식당, 돌봄시설을 운영하고 상품까지 만들어 판매하면서 ‘지원받는 도시재생’에서 ‘스스로 굴러가는 도시재생’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다.
대구 북구청은 16일 북구청 본관 앞 광장에서 주민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6년 북구 도시재생 페스타’를 개최했다.
올해로 2회째인 행사에는 복현·산격·침산오봉·연암서당골·행복관음 등 5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행사의 초점은 단순한 축제에만 있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과 조직이 사업 이후에도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
5개 마을조합은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기반으로 마을카페와 마을식당, 마을돌봄, 주민공동이용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예산으로 공간을 만드는 단계에서 주민들이 그 공간을 직접 운영하고 수익과 일자리, 공동체 활동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도시재생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날 페스타에서는 5개 조합이 각자 개발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특화상품과 추석 선물상품을 직접 판매·홍보했다.
마을조합에 판로는 곧 생존의 문제다.
지원사업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운영이 가능하더라도 공공지원이 줄어든 이후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거점시설과 주민조직 모두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주민에게 도시재생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마을에서 만든 상품이 실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은 시장이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판매·체험존을 비롯해 이벤트존, 홍보존, 포토존, 힐링존 등이 마련됐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놀이와 보름달 소원 메시지 작성, 스탬프 이벤트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청년 도시재생 서포터즈들도 현장 안내와 홍보·기록 활동에 참여해 주민들과 소통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그동안 각 마을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했던 5개 조합이 한자리에서 경험과 콘텐츠를 공유했다는 점이다.
복현의 성과는 복현에, 산격의 경험은 산격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서로 잘되는 사업과 시행착오를 공유한다면 개별 마을의 도시재생을 ‘북구형 도시재생 네트워크’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찾은 한 주민은 “아이와 함께 전통놀이와 체험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여러 마을조합에서 만든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며 “평소 잘 몰랐던 우리 지역 도시재생 마을조합의 활동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근수 북구청장은 “이번 도시재생 페스타는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온 도시재생의 성과를 나누고 5개 마을조합의 활동과 대표상품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은 시설물을 건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가꾸며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자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을조합의 자립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조합 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