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상생협약, 석 달 만에 '이행 점검'으로

건설 상생협약, 석 달 만에 '이행 점검'으로

5월 19개 대형사 협약, 납품단가 1077억원 인상 확인…목표 대비 80%
하도급대금 연동제 52건 체결, 분쟁 14건 해결…민관협의체 16일 출범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건설사들과 맺은 상생협약이 석 달여 만에 실제 이행 성적표를 처음 공개했다. 자율협약이 흔히 안고 있는 '선언에 그치는' 딜레마를 넘어, 구체적 수치로 이행 실적을 관리하는 체제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공정위(위원장 주병기)는 16일 전문건설회관에서 종합·전문건설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건설산업 상생협약 민관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5월28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9개 대형 건설사와 체결한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의 협약서 제3조(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에 따른 후속조치로, 협약 이행 상황·모범사례·하도급법 집행 동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 5월 발표한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이행 선언문'

이날 공개된 이행 실적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납품단가 인상이다. 19개 종합건설사는 중동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급사업자에게 납품단가를 총 1343억원 인상하기로 약속했는데, 협약 체결 당시 이미 340억원이 인상된 상태였고 협약식 이후 약 737억400만원이 추가로 인상돼 현재까지 누적 1077억원이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내 인상 예정액 대비 80%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19개 종합건설사 중 15개사는 52개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도급대금 연동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일부 건설사는 협력사 대상 납품대금 연동제 교육도 별도로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9개 종합건설사 중 14개사가 하도급분쟁 해결기구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고, 협약 이후 이 기구를 통해 총 14건의 분쟁이 실제로 해결됐다.

개별 기업 단위의 모범사례도 함께 공개됐다. 계룡건설산업은 '폐기물처리비 전액을 원청사가 부담한다'는 문구를 현장설명서에 추가해 이를 반영한 조건으로 수급사업자 대상 입찰을 진행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수급사업자의 안전전담자 인건비를 지원했고, 제일건설은 대금 지급일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했다.

공정위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상생협약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갖는 의미는, 5월 협약 이후 나온 다짐들이 구체적 수치(납품단가 인상액, 연동계약 체결 건수, 분쟁해결 건수)로 처음 검증됐다는 데 있다. 다만 이는 협약 당사자인 건설사들이 자체 보고한 실적이라, 향후 민관협의체가 이 수치를 얼마나 정기적·객관적으로 검증·공개하느냐가 협약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