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메디톡스의 장기 소송전에 지친 소액주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척없는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진출 등 본업 성장 둔화로 하락한 기업가치 회복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주주들은 기술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소송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천억으로 추산되는 관련 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 소액주주들은 최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를 중심으로 지분을 결집하고 있다. 현재 모인 지분은 6% 이상으로, 향후 10%까지 확대해 실질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주주들이 특히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장기간 이어진 소송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국내외에서 다수의 법적 분쟁을 이어왔다.
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법무비가 회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에 투입할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무비를 포함한 메디톡스의 지급수수료는 소송전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메디톡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29억원 수준이던 지급수수료는 2018년 6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소송전이 격화하기 시작한 2019년에는 지급수수료가 35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0년 297억원 △2021년 168억원 △2022년 161억원 △2023년 504억원 △2024년 417억원 △2025년 498억원 등 매년 수백억원의 지급수수료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37억원의 지급수수료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지급수수료는 약 2800억원에 달한다.
메디톡스는 법무비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지급수수료에서 법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본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해 1~3분기 메디톡스의 법무비를 257억원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지급수수료 309억원의 약 83%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수익성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메디톡스의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같은 기간 법무비가 포함된 지급수수료 33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송전이 당장 마무리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메디톡스는 최근 대웅제약을 상대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 501억원에서 5001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렸다.
2017년 시작된 소송이 이미 9년 가까이 이어진 가운데 청구액 변경에 따라 추가 심리가 이어질 경우 법정 공방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주들은 이제 본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박종호 메디톡스 ACT 주주연대 대표는 "경영진이 회사 기술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점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회사 기술을 지키는 것만큼 그 기술을 활용해 매출과 이익을 만들고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소송을 추진할 경우 승소 가능성뿐 아니라 비용과 경제적 실익, 해당 자원을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확대에 투입했을 때의 기회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제는 소송보다 제품과 매출, 글로벌 사업 성과로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은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단체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주주연대는 최근 메디톡스에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정현호 대표와의 직접 면담도 요청했다.
메디톡스 측은 주주연대의 면담 요청과 소송 비용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내용이 없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