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LG AI연구원의 인공지능(AI)이 세계적인 학술정보 기업 엘스비어(Elsevier)의 화학 연구 플랫폼에 적용됐다.
과거 논문이나 특허에서 그림으로만 남아 있어 검색하기 어려웠던 분자 구조를 AI가 읽어내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이다.

15일 엘스비어에 따르면 회사는 LG AI연구원과 협력해 화학에 특화된 비전 AI 기술을 화학 연구 플랫폼 '리액시스(Reaxys)'의 데이터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리액시스는 화학 연구자들이 논문과 특허에 담긴 화학물질과 화학반응, 합성 방법 등을 찾아보는 서비스다.
특정 물질이 과거에 연구된 적이 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조건에서 실험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 등에 활용된다.
문제는 논문과 특허 속 화학 정보가 모두 글자로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분자의 구조나 화학반응은 원자와 결합 관계를 선으로 연결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보면 분자 구조를 알 수 있지만 컴퓨터에는 하나의 이미지여서 검색 가능한 정보로 만들기 어렵다.
예를 들어 신약 연구자가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한다고 가정할 때, 10년 전 논문에 이미 비슷한 물질이 등장했더라도 분자 구조가 그림으로만 남아 있다면 검색 과정에서 놓칠 수 있다.
LG AI는 이 그림을 읽어 어떤 원자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파악하고 검색 가능한 화학 데이터로 바꾼다. 연구자는 과거 논문과 특허의 그림 속에 있던 물질까지 찾아 기존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가 이미 존재하는 물질을 일일이 찾아보는 시간을 줄이고 실제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미리트 엘도르 엘스비어 라이프사이언스 총괄은 "연구자가 이미 존재하는 물질인지 확인하는 데 사용했던 시간을 새로운 발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과학 이미지를 이해하려면 화학에 특화해 설계된 AI가 필요하다. 화학에서는 모든 결합과 공간적 배치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라며 "복잡한 시각적 표현을 인간 전문가 수준의 정밀도로 해독할 수 있도록 비전 AI 모델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현재 이미지에서 개별 화학물질의 구조를 찾아 데이터로 만드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그림에 담긴 화학반응 전체를 AI가 읽어내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번 협업은 LG AI연구원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전문가 AI' 전략의 연장선이다. 범용 AI 경쟁을 넘어 제조·금융·과학 등 각 산업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문제를 푸는 AI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LG AI연구원은 지난 14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고 제조·금융·과학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AI를 공개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고 합성 결과까지 예측하는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를 선보였다.
LG AI연구원은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불량 제품 선별,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산업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금융 분야에서는 국민연금공단,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등과 협력하고 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당시 "좋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풀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G AI연구원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