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의회가 집행부 정책을 무조건 반대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집행부가 제출한 정책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역할에 머물러서도 안 됩니다”
류종우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이 제10대 의회에서 자신이 세운 의정활동의 원칙을 이 한마디에 담았다.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되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정파와 기관의 이해관계를 넘어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의 재정여건이 갈수록 빠듯해지는 상황에서 시민 세금이 어디에, 왜 쓰이는지 따져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TK신공항, 군부대 이전 등 대형 현안에 대해서도 사업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재원조달과 실질적인 지역발전 효과까지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류 위원장은 15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시의회가 우리 삶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현장에서 답을 찾고 결과로 보여드리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제9대에 이어 제10대 대구시의회에 입성한 류 위원장은 이번에는 시정의 기획·조직·예산·인사·감사·안전 등을 폭넓게 다루는 기획행정위원회를 이끌게 됐다.
그는 의회에 들어오기 전 대구시에서 정무직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집행부가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도 경험했다.
집행부와 의회를 모두 경험한 것이 오히려 두 기관의 관계를 보다 분명하게 바라보게 했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집행부와 의회는 서로 대립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집행부가 시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추진한다면 의회는 그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정책에는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정당이나 기관의 이해관계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도 의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회 부활 35주년에 대한 평가도 냉정했다.
류 위원장은 “35년 전과 비교하면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이 많이 확대됐지만 지방자치가 충분히 성숙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며 “지방자치의 중심은 시장도, 시의원도 아닌 시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방의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제대로 듣고 그것을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하느냐를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10대 의회 출범 이후 기획행정위원회의 첫 시험대 가운데 하나는 공공기관 임원 보수 상한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대구시는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면 적정한 보수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지역경제와 서민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기관 임원 보수 상한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류 위원장은 “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고려했다”며 “단순히 보수 상한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관의 기능과 규모, 임원의 전문성과 책임성 등을 고려해 보수를 결정하도록 내용을 보완해 수정 가결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조례에서 정한 배수는 어디까지나 보수의 최고한도”라며 “조례가 개정됐다고 모든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가 그 수준까지 일률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결국 기관별 여건과 역할에 맞는 적정한 보수 수준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보수 책정 과정이 시민 눈높이에 맞게 이뤄지는지 의회가 계속 살펴보겠다”고 했다.
시민 참여를 둘러싼 정책토론청구제도 역시 기획행정위원회가 주목한 사안이다.
정책토론청구제는 시민이 대구시 주요 정책에 대해 직접 토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류 위원장은 민선8기 당시 정책토론을 청구하는 데 필요한 시민 수가 1200명까지 늘어나면서 제도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준이 강화된 이후 실제 정책토론 개최 실적도 없었다”며 “시민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과의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청구 요건을 다시 완화하는 개정안을 심사·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제도는 존재하는 것보다 시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획행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대구시정의 큰 틀과 살림살이를 보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대구시의 정책방향과 조직·예산·인사·감사뿐 아니라 시민안전까지 시정의 핵심 분야가 기획행정위원회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류 위원장은 “대구의 재정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인지, 성과가 부족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과 집중호우처럼 일상화되고 있는 재난에 대해서도 “시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대구시가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는지도 중요한 점검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TK신공항, 군부대 이전 등 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현안도 기획행정위원회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류 위원장은 “사업의 필요성뿐 아니라 재원조달과 지역 간 이해관계, 실제 지역발전에 미칠 효과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며 “문제 지적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위원들의 입을 하나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소신을 충분히 펼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선 의원들은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초선 의원들은 자료를 하나라도 더 살펴보고 궁금한 부분을 끝까지 확인하려는 열정이 크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충분히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년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류 위원장의 목소리는 더욱 분명해졌다.
기초·광역의원을 아우르는 대구지역 청년 지방의원들과 오랫동안 활동했던 그는 한국 정치가 선거 때마다 청년을 찾으면서도 정작 청년이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은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류 위원장은 “몇 명의 청년 후보를 공천하는 것으로 청년정치가 활성화됐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 청년들이 주민을 만나고 정책을 공부하고 지방의회와 행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경험하면서 성장할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정치인이 생업과 정치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기존 정치인들과 공천·선거에서 경쟁해야 하는 높은 진입장벽도 짚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성장의 사다리’다.
“젊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받은 청년이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성장의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류 위원장 자신도 앞으로는 앞에 서기보다 후배 정치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10대 의회의 가장 큰 과제로는 결국 ‘시민의 신뢰’를 꼽았다.
류 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잘하는 정책에는 힘을 실어주고 잘못된 부분은 분명하게 지적하며 시민에게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의 한정된 재정이 시민에게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들이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 속에서 추진되는지도 세심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집행부 경험이 있다고 집행부 편에 설 수도 없고, 의회에 있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도 없다는 게 류 위원장의 답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견제할 때는 제대로 견제하고, 협력할 때는 과감하게 협력하겠습니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겠습니다”
지방의회 부활 35년. 이제 시민들이 지방의회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을 말했다’보다 ‘무엇을 바꿨느냐’에 가깝다. 기획·조직·재정이라는 대구시정의 핵심 관문을 맡은 류종우 위원장에게도 제10대 의회의 성적표는 결국 시민의 삶에서 확인될 수밖에 없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