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3선 의원이 됐다고 해서 시민을 대하는 마음까지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쌓였지만 시민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처음 의회에 들어왔을 때의 초심을 지키겠습니다”
이태손 대구시의회 부의장(달서구)은 14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를 관통할 의정활동의 원칙으로 ‘초심’을 꼽았다.

지방의회 부활 35년. 대구시의회 최다선인 3선 의원이자 제1부의장에 오른 그에게 세 번의 당선은 정치적 관록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의장은 달서구 진천동·유천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제8대 의회에서 경제환경위원회 부위원장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의장을 맡았고 제9대에서는 경제환경위원장과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경제·기업·일자리에서 환경·교육·복지까지 활동 영역도 넓었다.
유아교육과 노인복지를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지역대학 위기와 청년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이 대구에서 공부한 뒤 취업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 부의장은 “다뤄온 분야는 다양하지만 의정활동의 기준은 늘 같았다”며 “이 정책이 시민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 대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10대 대구시의회에서 이 부의장의 또 다른 별칭은 ‘큰 누님’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3선 의원으로서 초선 의원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의원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의원 36명 가운데 초선은 21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그는 “초선 의원에게는 새로운 시각과 열정이 있고 재선·3선 의원에게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있다”며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당 안에서도 지역구나 상임위원회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어느 한쪽의 의견을 앞세우기보다 충분히 이야기하고 접점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초선 때 선배 의원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이제 제가 그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편하게 찾아와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큰 누님 리더십’의 핵심을 힘이 아니라 경청과 조정에 두겠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압도적인 의석 차이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다.
제10대 대구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34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2명이다.
이 부의장은 “지방의회에서만큼은 정당보다 시민의 삶과 지역 발전이 먼저여야 한다”며 “교통이나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처럼 시민과 밀접한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수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숫자가 많다고 소수 의견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이라도 충분히 듣고 지적이 타당하다면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의회의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신공항 건설,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유출 등 대구가 직면한 굵직한 현안을 놓고서도 “논쟁할 것은 충분히 논쟁하되 대구와 시민을 위해 필요한 일에는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여성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36명의 시의원 가운데 여성 의원은 9명으로 25%다.
이 부의장은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정치 참여가 많이 확대됐지만 우리 사회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25%는 아직 아쉬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어머니회 대구시연합회장 등 오랫동안 여성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도 그의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다만 여성 정치의 강점을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설명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다양한 삶의 경험과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육아·교육·돌봄·안전처럼 생활과 밀접한 문제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능력과 열정을 갖춘 여성들이 정치 참여를 어렵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선배 여성 정치인으로서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숙제로 꼽히는 윤리성과 전문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단호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구시의회는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의원 행동강령을 통해 이해충돌과 부당청탁, 사적 이해관계 등에 관한 기준을 두고 있고 외부 전문가를 통한 반부패·청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의정활동을 살펴보는 ‘대구 의정참여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를 넘어 시민 눈높이에서 적절한지, 떳떳한지를 의원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그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스스로 자신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갖는 것”이라며 “그래야 시민의 신뢰를 얻고 의회가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공부도 주문했다.
AI와 미래산업, 재정과 복지 등 행정 영역이 갈수록 전문화되는 상황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정책과 예산을 심사해서는 제대로 된 견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집행부의 정책과 예산을 제대로 심사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의원들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며 자체 교육과 국회의정연수원·법제처·지방의정연수센터 교육, 전문가 강연과 토론회, 현장방문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조례와 예산 심사, 정책 제안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회 부활 35년을 맞았지만 시민들이 의회에 요구하는 기준은 오히려 높아졌다. 권한이 커진 만큼 전문성과 윤리성, 집행부에 대한 견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 부의장은 남은 임기 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와 아동·청년·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챙기는 동시에 36명의 의원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3선 최다선 의원이 내놓은 답은 결국 ‘초심’이었다.
“시의회가 잘할 때는 격려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에는 따끔한 질책도 보내주십시오. 시민에게 신뢰받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관록은 쌓되 시민과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는 것. 이태손 부의장이 말하는 ‘3선의 무게’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