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스닥 퇴출 현실화⋯K-바이오 덮친 '상폐 공포'

첫 코스닥 퇴출 현실화⋯K-바이오 덮친 '상폐 공포'

케이엠제약, 시총 200억 회복 실패⋯업계 첫 퇴출 사례
시총·동전주 기준 걸린 기업 수두룩⋯추가 퇴출 우려 확산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코스닥 상장유지 기준을 강화한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첫 퇴출 사례가 나왔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케이엠제약이 끝내 시가총액 기준 금액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그간 저시총 제약·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상폐 공포'가 현실화한 셈이다.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에 걸린 제약·바이오 기업이 적지 않은 탓에 추가 퇴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케이엠제약 [사진=케이엠제약]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케이엠제약은 이날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강화된 상장유지 기준이 적용된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 중 첫 코스닥 퇴출 사례다.

강화된 상장유지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7월부터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다. 시총 200억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이내 200억원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같은 방식으로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하는 기준도 새롭게 도입됐다.

케이엠제약은 지난 7월 9일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이후 상장유지 기준인 200억원을 단 한 차례도 회복하지 못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이날 케이엠제약 시총은 45억원 수준으로 상한가를 기록해도 200억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 향후 거래정지와 정리매매 등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관리종목 지정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인 만큼 변수는 남았지만 상장폐지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와 시장의 관측이다.

실제 코스닥 퇴출 사례가 나오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상장폐지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강화된 상장유지 기준에 걸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인프라는 지난 7월 31일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날 기준 바이오인프라 시총은 63억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새롭게 도입된 동전주 기준에 걸린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CMG제약·샤페론·노을·랩지노믹스·에이비온 등 5곳은 지난달 주가 1000원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모아라이프플러스는 지난달 시총 200억원과 주가 1000원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지난 4일엔 결국 주가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상장폐지 위험이 커지자 기업들의 대응도 분주하다. 최근 수개월 새 주식병합을 결정한 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은 20곳이 넘는다. 일부 기업은 감자를 택했다.

업계에서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해 시장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연구개발(R&D) 중심의 제약·바이오 기업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약 개발은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임상 결과와 기술수출 여부 등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출렁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의 실적보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증시 입성을 허용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에도 동일한 퇴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동전주 기준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샤페론·에이비온·노을 등은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정부도 시장 충격을 고려해 당초 내년 1월 예정됐던 코스닥 시총 기준의 300억원 상향을 6개월 미루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에는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행 퇴출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R&D 중심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임상을 진행하는 동안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기간 시총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며 "현재 기준은 전통적인 제조업 등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