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는 저의 두 번째 인생. '아프로팝'을 개척합니다” 나이지리아인에게 K-팝 가르치는 서예나 부대표

“나이지리아는 저의 두 번째 인생. '아프로팝'을 개척합니다” 나이지리아인에게 K-팝 가르치는 서예나 부대표

한국과 아프리카 음악이 만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다.
아프리카 한류 주역 서예나.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K-콘텐츠가 점점 글로벌화돼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북중미, 유럽, 남미, 중동, 아프리카까지 K-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이지리아 현지 아티스트를 교육하고 함께 음악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국 음악사업가의 이야기는 생소하다. 서예나(36) 르앤레코드 부대표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음악감독이자 프로듀서다.

서 부대표는 15년 이상 음악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tvN, MBC M, KBS, TV CHOSUN, Mnet, MBN, JTBC 등 국내 주요 방송사의 음악과 예능 콘텐츠에서 보컬과 음악 디렉팅을 맡았고, 아티스트 교육과 음원 제작, 공연, 공공기관과 기업의 음악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서예나(36) 르앤레코드 부대표 [사진= 르앤레코드]

서 부대표가 나이지리아를 처음 찾은 것은 2024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파견을 계기로 현지에 들어갔고, 이후 3년째 나이지리아를 오가며 K-Pop과 K-뮤직 교육, 국제 음악행사 심사, 현지 아티스트 발굴과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적 재주가 있는 나이지리아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우리는 아프로비츠(Afrobeats)를 비롯한 아프리카 음악을 먼저 존중한다. 그들이 가진 재능에 우리가 축적해온 제작과 트레이닝 경험을 더하는 것이다. 한국의 것을 그대로 입히는 게 아니라 서로 잘하는 것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K-Pop의 장점도 더해질 수 있다.”

서 부대표와 르앤레코드는 2024년부터 현지 아티스트 교육과 공동 음악 제작을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기획해왔다. 단순히 K-Pop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교육과 실제 음악 제작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 첫 가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프랜시스 아텔라(Francis Atela)다. 나이지리아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Nigerian Idol’ 준우승자인 아텔라는 르앤레코드 팀과 나이지리아에서 직접 음악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새로운 싱글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한국을 찾아 음악 작업과 국내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아프로비츠의 리듬감을 살린 아프로팝(Afropop) 계열의 곡에 K-Pop의 색을 더했다. 아텔라는 한국 발라드도 굉장히 잘 부른다. 서로 다른 음악적 감각이 한 곡 안에서 만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K-POP CONNECT LAGOS’ 현장에서의 서예나 부대표(왼쪽) [사진=르앤레코드 & TRACE West Africa]

이 같은 활동에 대한 반응은 나이지리아에만 머물지 않는다.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케냐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K-Pop을 배우거나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직접 문의해온 현지 아티스트와 예비 아티스트가 300명이 넘는다. 단순히 K-Pop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기보다, 저희가 아프리카의 음악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를 실제 교육과 제작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진정성을 봐준 것 같아 더 의미 있게 생각한다.”

또 다른 사례는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맥휘트니(MacWhitney)다. 맥휘트니는 2025년 나이지리아 KBS K-POP World Festival에서 서 부대표의 지도를 받은 뒤 싱잉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글로벌 K-Pop 오디션 ‘MY KPOP STAR’에서 예선 200팀 가운데 본선 30팀에 선발됐다. 해외 참가자 18팀 중 한 명으로, 서 부대표는 한국에서 원격으로 본선 무대를 디렉팅하고 있다.

“한 번 가르치고 끝내는 방식은 아니다. 가능성이 있는 아티스트라면 계속 지켜보고 함께 준비한다. 그 사람이 가진 가능성이 실제 무대와 음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다.”

서 부대표가 아프리카 음악에 주목하는 데에는 이 지역 음악이 가진 장르적 힘도 있다. 아프로비트(Afrobeat)와 아프로비츠(Afrobeats)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다른 음악이다. 아프로비트는 1960~70년대 나이지리아의 펠라 쿠티와 토니 앨런 등을 중심으로 확립된 장르로, 서아프리카의 리듬과 댄스음악인 하이라이프에 재즈와 펑크가 결합됐다.

반면, 아프로비츠는 2000년대 이후 나이지리아와 가나를 중심으로 성장한 현대 서아프리카 대중음악을 폭넓게 일컫는다. 힙합과 R&B, 댄스홀, 팝 등 다양한 음악을 흡수하며 성장했고 위즈키드, 버나 보이, 다비도, 레마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도 배출했다. 요즘은 K-Pop에서도 아프로비츠의 리듬과 질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요즘 아프로비츠를 차용하는 게 유행이다.

2026 KBS K-POP World Festival Nigeria 심사 현장의 서예나 르앤레코드 부대표(왼쪽) [사진=르앤레코드]

“아프리카 음악인들은 자신의 음악적 전통과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지금은 세계의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다. 그래서 음악적인 요소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그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과 문화까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 부대표는 한국과 아프리카 아티스트의 음악적 감각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과 감각이 서로 다르다. 어느 한쪽이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로 다른 장점을 잘 살렸을 때 나오는 음악이 흥미롭다.”

서 부대표는 KBS K-POP World Festival 나이지리아 심사위원으로 2년 연속 참여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음악 미디어 기업 ‘TRACE West Africa’와 MOU를 체결하며 현지 미디어계와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나이지리아를 단순히 현장에서만 경험한 것도 아니다. 서 부대표는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과에서 나이지리아의 K-Pop과 음악문화를 주제로 한 관련 논문을 국내 최초로 작성했다. 논문에는 아프로비트와 아프로비츠의 장르적 특징과 현지 문화도 담았다.

“자료를 통해 아는 것과 직접 가서 부딪치며 배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 3년 동안 쌓은 경험과 관계는 저에게 굉장히 큰 자산이다.”

르앤레코드의 이한응 대표 역시 대학과 대학원에서 블랙뮤직과 K-Pop을 가르치며 서 부대표와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서 부대표에게 나이지리아는 이제 단순한 해외 프로젝트의 무대가 아니다. 서 부대표는 나이지리아를 ‘두 번째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이 일을 굉장히 가치 있게 생각한다. 단순히 K-Pop을 가르치거나 음악 한 곡을 만드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교육과 제작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또 다른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서예나 부대표(오른쪽)가 현지 아티스트의 음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르앤레코드]

한류가 세계로 확산된다는 것은 한국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지의 음악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고, 그것을 다시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것도 한류가 넓어지는 한 방식일 수 있다.

“제가 나이지리아에서 본 건 단순한 시장의 가능성만은 아니다. 좋은 재능을 가졌지만 아직 기회를 만나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 그 가능성을 교육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 음악과 무대로 이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서로의 음악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 저는 그 일을 꼭 해내고 싶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