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집값 잡는다?…"임대차시장 기둥 뽑는 몽상"

재건축으로 집값 잡는다?…"임대차시장 기둥 뽑는 몽상"

정비사업 가속에 멸실주택 급증…단기 공급공백 불가피
재건축 세입자보호 법적의무 없어…강제퇴거 '사각지대'
수도권 전세수급지수 급상승…세입자 보호대책은 '공백'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와 사업기간 단축에 나서면서 대규모 이주수요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세매물 잠김과 월세화 현상으로 임대차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마저 본격화하며 세입자 주거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주요 부동산정책으로 내세우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해왔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지방선거 당시 민간·공공 정비사업으로 신규주택 30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며 주택공급 확대와 집값안정을 약속했다.

실제 서울 곳곳에서는 대규모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압구정 2~5구역과 여의도 시범·한양아파트, 목동 신시가지, 한남뉴타운 등이 신속통합기획이나 일반 정비사업 절차를 밟아 시공사선정에 나선 상황이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수록 기존 주택철거에 따른 이주수요도 한꺼번에 늘어날 전망이다.

오 시장 역시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막힌 공급, 징벌적 과세 - 8·13 부동산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서울에는 이미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공급대안인 재개발·재건축이 있다"며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등 사업속도를 가로막는 핵심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촉진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정작 단지내 다수를 차지하는 세입자 보호대책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특히 정비사업에 따른 혜택과 부담이 소유자와 세입자 사이에서 엇갈린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전세물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와 멸실이 늘면 세입자가 거주할 수 있는 임차주택 자체가 감소한다.

게다가 정비사업으로 기존주택이 철거된 뒤 새아파트가 들어서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 임대차시장 공급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수급 불균형도 이미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99.0에서 올해 7월 110.2까지 올랐다. 기준선인 100을 웃돌며 전세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매물잠김이 극심한 가운데 정비사업 이주수요까지 겹치면 보증금과 월세부담이 추가로 커질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에 인근 아파트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입자 보호 측면에서도 재개발과 재건축 차이가 크다. 공익사업 성격이 강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민간사업으로 분류돼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나 임대주택 배정 같은 손실보상 법적의무가 없다.

특히 도시정비법상 관리처분인가 고시가 떨어지면 기존 임대차 계약 사용·수익권이 정지된다. 따라서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이주과정에서 강제 퇴거요구를 받아 갑작스럽게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확대가 임대차시장 공급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정비구역 지정이 늘수록 해당지역 신규 주택인허가가 제한되고 기존주택은 철거를 거쳐 신축주택으로 다시 공급되기까지 수년간 시장에서 사라진다"며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와 멸실이 늘어나는 동안 임차주택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차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비사업이 전월세난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라며 "임대차시장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영역에서는 분양외에 보편적인 임대주택 공급구조가 부족하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구상은 몽상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